경찰, 비리연루 28명 무더기 적발
해군 준장 등 군인 11명도 포함
중고 부품 속인 제조업체부터 방사청·국방기술품질원·해군까지 광범위한 비리 사슬로 이어져
엔진화재 등 안전사고 묵인·축소, 확인된 고장 150건 조사도 안해
해군 고속단정의 계약과 검수, 인수 과정에 광범위한 납품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해군 준장을 포함한 28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해군에 고속단정을 납품하면서 중고품이나 불량품을 마치 정상인 것처럼 속이고 이 과정에서 돈을 주고 받은 혐의(사기 등)로 A제조업체 대표 김모(61)씨와 방위사업청 직원 유모(50)씨 등 17명을 입건할 예정이며, 김모(54) 해군 준장 등 현역 군인 11명을 국방부 조사본부에 입건의뢰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군 고속단정 납품비리는 제조업체부터 구매를 관장하는 방위사업청, 품질을 검사하는 국방기술품질원, 최종 구매자인 해군까지 망라하는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비리였다.
경찰에 따르면 A제조업체 대표 김씨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에 걸쳐 해군에 13대의 고속단정을 납품하며 중고엔진과 불량부품을 사용하고 노무비를 부풀려 13억 4,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2009년 납품한 고속단정 1대에는 1년간 사용한 중고엔진이, 연료탱크와 선체에는 160여가지의 중고부품이 장착됐다. 또 다른 고속단정 4대에도 바닷물에 견디는 스테인레스 볼트 대신 일반 볼트를 사용하는 등 불량부품이 장착됐다. 불량부품과 중고부품을 신품으로 속여 납품을 했음에도 김씨는 당시 해군 대령 강모(53)씨 등 관련 공무원들에게 총 3,500만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해 고속단정을 인수하게 했다. 또 2011년 8월 불량부품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모 부대가 인수를 거부하자, A업체에 취업한 예비역 중령 이모(54)씨를 통해 해군함대 책임자인 이모(46) 대령에게 청탁해 불량 고속단정을 인수하도록 하기도 했다.
고속단정 구매를 담당한 방사청 계획지원부장인 해군의 김 준장은 경쟁입찰로 엔진을 구매해야 함에도 수의계약으로 A업체의 예비엔진 4대를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방사청 직원 유씨 등 전ㆍ현직 직원 3명은 제조업체가 중고엔진을 사용하고 노무비를 부풀려 청구한 것을 묵인한 혐의다.
고속단정의 품질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방기술품질원 공무원 전모(55)씨 등 5명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5월까지 A업체에서 해군으로 납품하는 고속단정 13대에 대해 성능테스트 및 품질검사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7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중고엔진을 신품으로 검수하거나 불량부품 등을 묵인하고 납품 조서를 발행해 해군이 이를 인수하도록 했다.
2012년 2월과 9월에는 이렇게 납품받은 고속단정으로 훈련하던 중 엔진화재가 발생해 승선한 해군 특수요원들이 위험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해군은 원인 규명없이 단순사고로 축소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년간 확인된 고장만 150건이었지만 대부분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해군과 방사청에 근무하던 피의자들이 제조업체에 재취직해 같은 해사 출신임을 내세워 관계 기관에 뇌물과 향응을 제공하고 재취업을 약속했다”며 “실제로 해군 중령 2명과 방사청 직원은 퇴직 후 이 업체에 재취업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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