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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동북아 평화협력 기금을 만들자

입력
2014.11.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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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말 국립외교원이 주최하고 외교부가 후원한 ‘동북아 평화협력 포럼’이 북한을 제외한 한ㆍ미ㆍ중ㆍ일ㆍ러ㆍ몽골 등 동북아 6개국 정부인사와 민간전문가들이 참가해 성황리에 열렸다. 동북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역협력체 또는 지역대화체가 없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동북아 지역협력체 구축을 목표로 박근혜 정부가 제창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첫 걸음으로서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냉전이 끝나자 90년대 동북아 지역에서도 평화와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다양한 다자안보대화 제안도 쏟아졌다. 그러나 역내에서 북핵문제, 한일 및 중일 간 영해ㆍ영토ㆍ역사문제, 미중 갈등 등이 불거지면서 역내 평화와 안보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졌다. 이렇게 정치안보적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행 가능한 비안보 분야부터 대화와 협력을 추진하고 점차 정치적 신뢰를 축적하자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이번 회의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필자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한 분야인 원자력협력 분야를 기획하고 참여하면서, 외국 핵 전문가들과 원자력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회를 가졌다. 사실 역내 협력의 문화와 관행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런 대화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대화가 무르익고 지역협력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지자 역내 원자력협력을 위한 창의적 방안을 서로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이때 열띤 토론에 참가하던 한 외국인 참가자가 질문을 던졌다. “한국은 동북아 평화협력 포럼을 계속하나요?” 이에 대해 필자는 동북아 포럼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개운치 않았다.

사실 우리 외교통일정책은 심각한 지속성 문제를 안고 있다. 민주주의체제에서 정부교체에 따른 정책의 변동은 불가피하다. 한국이나 미국 같은 대통령제 하에서 정권교체와 정책 변동은 다반사로 발생할 수밖에 없고, 내각책임제인 일본도 최근 과거사문제에서 보듯 내각교체에 따른 정책 변동이 심각한 실정이다. 이렇게 정책 변동이 빈번하다면 상대가 있는 외교통일정책의 경우 한 정부의 임기 내에 성과 있는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외교통일정책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것은 중대한 국익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외교통일정책의 지속성을 보장할 것인가. 여기서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중심으로 지속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동북아 평화협력 기금을 만들자.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새로이 평화와 협력의 문화와 관행을 만드는 장기프로젝트이므로, 이를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금이 필요하다. 이 기금은 동북아 평화협력의 관행과 문화를 만드는 국내외 각종 연구와 교육홍보활동을 지원한다. 이 기금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북아국 정부와 민간도 출연하고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 필요하면 여기에 국제기구의 성격을 부여할 수도 있다.

둘째, 동북아 정부와 주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동북아 평화협력의 비전과 전략목표를 개발하고 전파한다. 예를 들면, 이번 동북아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원자력 분야의 비전을 ‘평화와 번영과 신뢰를 위한 동북아 원자력 파트너십’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전략목표로 원자력안전과 핵안보 강화, 역내 핵 투명성 증진, 원자력 인적역량 향상, 원자력협력의 제도화 등을 제시했다.

셋째, ‘동북아 평화협력 공동연구센터’를 설치한다. 이는 동북아 평화협력기금, 한ㆍ중ㆍ일 삼국협력사무국 또는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에 둘 수 있다. 공동연구센터는 동북아 7개국의 연구자들을 초청해 동북아의 공동번영과 평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전담토록 한다. 여기에는 지역협력의 선진사례인 유럽, 동남아의 전문가도 참가토록 한다.

넷째, 동북아 평화협력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초기 성공사례를 창출토록 한다. 원전사고와 핵테러의 경우, 피해의 초국가적 성격으로 인해 지역협력의 필요성과 효과가 크다. 핵안보정상회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엔 등도 원자력안전과 핵안보의 지역협력을 촉구하고 있으므로 이를 동북아 협력의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제기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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