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그제 이틀에 걸쳐 공식ㆍ비공식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12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년 5개월 만에 공식회담을 했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5시간에 걸쳐 만찬을 겸한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아ㆍ태지역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대결하면서도 기후변화 등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이 절실한 두 나라인 만큼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지구촌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두 정상은 일단 협력 쪽에 무게를 실었다. 기후변화, 반테러, 에볼라 대응, 양자 경제교류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 세계 1, 2위인 두 나라가 향후 10~15년 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낮추자는 데 합의한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평가할 만하다. 북핵 문제에도 한 목소리를 냈다. 두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마무리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도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동ㆍ남 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과 관련해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도 양국간 협력 분위기를 반영한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비공식회담 자리에서“미국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지하며, 중국을 억제하거나 봉쇄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 주석은 비공식회담 등의 자리에서‘신형대국관계’의 구체화 등을 개진하며 아ㆍ태지역에서 중국의 위상 강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는 보도다. 이번 APEC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의 구체화 계획을 놓고 양국간에 현격한 의견차가 드러났다. 또 미국이 집요하게 추진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구축 문제는 미중관계를 언제든 흔들어놓을 수 있는 갈등 요인이다.
문제는 협력과 갈등이 혼재하는 두 강대국 사이에 낀 우리의 운신과 대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베이징 APEC정상회의 외교무대에서 한중정상회담과 한중자유무역협정의 실질적 타결, 한미정상회담, 일본 아베 총리와의 비공식대화 등을 통해 나름대로 치열한 외교를 펼쳤다. 전격적인 중일정상회담 성사와 북한의 억류 미국인 2명 석방 등으로 고조됐던 외교적 고립 우려도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 하지만 치밀한 전략과 구상 없이 임기응변과 보여주기 식 외교에 치우친 감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종잡기 힘든 미중 경쟁과 협력을 축으로 요동치고 있는 동북아 국제정치 무대에서 국가적 위상을 지키고, 북한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모색과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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