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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도 인간의 것

입력
2014.11.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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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권리란 게 있을까. 사유재산권의 아버지 존 로크도 ‘목숨만은 신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이 죽음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신념의 공론화가 구미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뇌암 말기 미국인 환자 브리트니 메이너드(29ㆍ여)는 올 4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존엄사가 합법인 오리건주로 이주해 11월 1일 떠나기로 한 사연을 세상에 알렸다. 그가 남긴 동영상은 미국의 존엄사 합법화 운동에 불을 지폈다. 사진은 그가 지난달 21일 어머니와 함께 그랜드캐니언 여행 중 찍은 사진. 브리트니재단 홈페이지
죽을 권리란 게 있을까. 사유재산권의 아버지 존 로크도 ‘목숨만은 신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이 죽음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신념의 공론화가 구미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뇌암 말기 미국인 환자 브리트니 메이너드(29ㆍ여)는 올 4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존엄사가 합법인 오리건주로 이주해 11월 1일 떠나기로 한 사연을 세상에 알렸다. 그가 남긴 동영상은 미국의 존엄사 합법화 운동에 불을 지폈다. 사진은 그가 지난달 21일 어머니와 함께 그랜드캐니언 여행 중 찍은 사진. 브리트니재단 홈페이지

죽음 앞에 다가간 이의 심사를 헤아리긴 어렵다. 아무리 흐릿한 가능성에도 희망은 깃든다. 대가는 존엄 포기다. 조금만 더. 신에게 구걸한다. 느닷없는 끝에 남는 건 원망뿐이겠지만.

“어렸을 적에 어른들은 옛 어른들의 죽음을 회고하곤 했는데, 그들은 죽음이 가까워 오면 가족들과 마지막 식사를 한 후 곡기를 끊고 조용히 죽음을 맞았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 그러나 의술이 발달한 지금 이런 자연스러운 죽음의 사례는 희귀해졌다. 삶을 연장할 수 있다는데 온갖 기계들이 몸에 들러붙은들 그걸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품위 있는 죽음을 맞는 일은 현대인에겐 또 다른 도전이 되고 있다. 최근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던 미국인 새댁이 스스로 정한 날 안락사한 것을 보며 다시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 우리나라에서도 ‘존엄사’ ‘웰 다잉’ 등의 여론은 때때로 일어난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품위 있는 죽음에 이르는 방법적 고민까지 발전하진 않는다. 우리나라 큰 병원엔 연명치료 병상은 있어도 죽음의 질을 관리하는 병상은 거의 없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 이용주 가톨릭대 의대 완화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말기 암환자의 호스피스 기간은 평균 18일”이라고 했다. 미국·유럽 환자들은 50~60일인 데 비해 한국인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도 짧고, 죽음의 질도 극도로 나쁘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를 ‘강한 집착’에서 찾았다. 자식들은 치료에 집착하는 게 효(孝)라고 생각하고, 환자도 삶에 집착하는 게 가족에 대한 ‘의리’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무의미한 치료를 지속시켜 지쳐서 생을 마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데 묘하게도 오히려 삶의 집착을 버린 순간 병의 진전이 늦춰지고 수명이 연장되는, 의학적으론 설명할 수 없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 우리 문화적 관념 속의 효·도리·의리 같은 것들이 좋은 죽음을 방해하고, 병원들도 이를 교정할 수 있는 좋은 죽음의 방법을 고민하지 않으니 삶과 죽음의 질은 점점 더 떨어지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이젠 정말 우리 사회가 말로만 ‘웰 다잉’을 외칠 게 아니라 좋은 죽음을 맞는 사례를 축적하고, 교육하고, 좋은 죽음의 환경을 마련하는 사회적 투자를 해야 할 때가 됐다.”

-비참하게 죽는 한국인(중앙일보 ‘양선희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 50대 남자 환자가 폐렴이 악화돼 점점 심해지는 호흡곤란으로 인공호흡기 사용이 불가피한 상태가 됐다. (…) 환자가 임종한 후 유가족들을 만나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아내와 자녀 모두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연명했던 긴 기간보다 고인과 마지막으로 함께 나눈 짧은 시간을 소중하고 의미 있는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 ‘웰빙’과 달리 영어권 국가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웰다잉’이라는 신조어를 한국에서만 유행처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이유에는 선진국에 비해 임종기 환자에게 연명의료장치를 사용하는 빈도가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과도 관계가 있다. 어떤 모습으로 임종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쉽게 찾을 수 없겠으나, 본인의 임종이 어떠한 모습이기를 바라는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려 본다면 ‘웰다잉’의 본질에 좀 더 가깝게 갈 수 있을 것이다. 집을 떠나 외지에서 사망하는 ‘객사’(客死)를 불행으로 여기고,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을 큰 불효로 생각하는 우리 문화를 곰곰이 되새겨 보면 외롭게 세상을 하직하는 것은 좋은 임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 가족을 떠나 보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좋은 임종은 편안하게 죽은 모습을 보는 것이다. (…) 더이상 항암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말기 상태라고 이야기하면, 환자와 가족은 “얼마나 더 살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잔여 생명의 기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떻게 임종을 준비해야 좋을지에 대해 의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임종 장소,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의 약속, 마지막 남기고 싶은 것들의 정리 등은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까지 연명의료에 매달리다가 환자가 사망한 후 그러한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연명의료장치를 제거하고도 장기간 생존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 죽을 것인지는 의료진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모습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어떻게 임종할 것인가(서울신문 ‘열린 세상’ㆍ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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