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와 호주, 캐나다 등은 이날을 연합국 전사자들을 추념하는 날(Remembrance day)로 기린다. 시민들은 병사들의 피가 스민 들판에 피어났다는 핏빛 양귀비꽃을 들고 군인묘지를 찾는다. 이날은 또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 발칸ㆍ중동 여러 나라의 독립 기념일이다. 종전과 함께 제국이 붕괴한 덕이었다.
중국에서는 이날이 독신자의 날(광꾼제ㆍ光棍節)이다.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독신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올해에도 대규모 특가전을 개최, 소비 풍요의 절정을 연출했다. 우리는 이날을 달콤쌉싸래한 과자 이름에서 유래한 빼빼로데이’쯤으로 안다. 공식적으론 ‘농업인의 날’이다. 土(흙)을 쪼개면 十과 一이 된다 해서라고 한다.
패전국 독일의 이날은 ‘라인 카니발’이라는 오랜 기독교 전통의 축제가 시작되는 날이다. 라인강변 도시들이 사순절의 금욕에 앞서 술 고기 춤 노래로 맘껏 즐겨두자는 취지로 즐겨온 사육제다. 사진 속 독일 여인은 광대 분장을 했다. 그리고 환한 웃음. 저 웃음은 물론, 오래된 축제들이 내장하고 있는 힘과 지배질서에 대한 조롱과 저항의 한 형식에 닿아 있는 웃음이다.
하루의 다양한, 언뜻 아이러니하게도 보이는 풍경들이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흘러갔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뒤셀도르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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