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식물인간 상태에 빠뜨린 20대 청년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정당방위 인정여부를 놓고 변호인과 검찰의 공방이 오갔다.
12일 춘천지법 101호 법정에서 열린 최모(20)씨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에서 변호인은 “수사기록에 ‘위험한 물건’이라고 적시돼 있는 빨래건조대의 사진만 있을 뿐 크기와 무게, 내리쳤을 때의 충격 정도 등에 대한 증거기록이 없다”며 “빨래 건조대를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지난 3월 원주시 명륜동 자신의 집에 들어온 50대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빨래건조대 등으로 때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저항의지가 없는 피해자를 빨래 건조대와 허리 띠 등으로 내리치고 뒤통수를 걷어찬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SNS를 중심으로 ‘정당방위의 개념을 너무 좁게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이날 최씨의 변호인 측은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피해자가 과거 절도 전력이 있는지, 흉기를 휴대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변론을 이어갔다.
특히 이날 공판에서는 피해자가 앓고 있던 뇌전증(간질)이 상해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검찰 측은 “피해자의 응급 수술을 집도한 원주의 한 대학병원 의사와 신경과 의료진에 확인한 결과 피해자가 뇌전증을 앓아온 것은 맞으나, 이 질환으로 말미암아 외상성 경막하 출혈이 일어난 사례가 현재까지 보고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가능성이 희박할 지라도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밝혀야 한다”며 “간질과 뇌출혈, 식물인간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료기록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 내역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3차 공판은 다음달 17일 오후 3시 20분 춘천지법에서 열린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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