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세탁에 드는 비용을 투자하면 막대한 이익을 돌려주겠다며 접근해 돈만 떼 먹는 사기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도 모자라 하지 모하마드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비자금까지 등장했다.
사업가 A씨는 2012년 7월 홍콩과 스위스에서 투자 전문회사를 운영한다는 윤모(57)씨로부터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숨겨둔 금 1만톤이 스위스 UBS은행에 보관돼 있는데 이를 현금화할 자금을 투자하면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31년간 철권통치를 하면서 350억달러를 부정 축재해 국제투명성기구로부터 ‘20세기 가장 부패한 정치인’에 선정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일화와 윤씨가 그와 찍은 사진을 보고는 마음을 굳혔다. A씨는 올해 3월까지 1억 400여만원을 윤씨에게 건넸다. 사업가 B씨도 비슷한 방식으로 당해 9,100만원을 윤씨에게 보냈다.
조사결과 윤씨는 사기 전과 4범으로 수하르토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은 컴퓨터로 합성한 것이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이완형 판사는 11일 윤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피해 규모가 크고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피해액을 모두 갚고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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