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거래는 줄고 사무실 임대료는 오르는데 내년부터 복비마저 인하
강남 일대 중개소 절반 가까이 위기, 오피스텔 취급 업소는 더 힘들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10년째 중개사무소를 하고 있는 박모씨는 내년에는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 중이다. 가뜩이나 쪼그라든 수입이 내년에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 같아서다. 박씨는 “3~4년 전만해도 한 달에 10번 거래가 있었다면 요즘엔 월에 한 건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게다가 내년부터 중개보수(수수료)가 인하돼 수입이 반으로 줄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사무소 임대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점도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입지가 좋은 역세권에 자리잡고 있어 10% 가까이 임대료를 올려줘야 할 형편이다. 박씨는 “이런 식이면 영업을 계속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년 째 거래가 줄면서 중개 보수 수입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정부가 보수 인하까지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개 보수가 감소하는 고가 주택이나 오피스텔이 밀집한 강남 일대 부동산들의 경우 수입이 크게 줄어 절반 가까이 폐업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국토교통통계누리의 개업공인중개사 증감현황을 분석한 결과 3분기 전국개업공인중개사수가 8만5,263명으로 2000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이 가운데 매년 20%, 약 1만7,000여명이 폐업을 하고 새로운 중개소가 들어선다고 보고 있다.
폐업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중개업소가 늘어나는 대신 주택 거래는 정체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중개사협회는 올 상반기 6개월간 중개업소 당 평균 매매 거래건수를 5.5건으로 보고 있다. 한 건당 평균 수수료가 80~9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매거래만을 놓고 볼 때 월 수입이 100만원도 안 되는 업소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부동산 거래가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매매시장보다 전월세 위주로 이뤄지면서 수익성은 더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매매거래 수수료를 100으로 치면 전세는 40, 반전세나 월세는 20 정도를 받는다”며 “절대적인 거래 숫자도 줄었지만 중개업소 입장에선 거래의 질이 더 나빠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수수료 개편은 중개업소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고객들의 대부분이 고가 아파트나 오피스텔 거주자인 강남 일대 중개소들이 이번 중개 보수 인하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강남구 삼성동의 B공인중개사 대표는 “기존에 받던 중개보수를 절반 밖에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강남 지역 중개업소의 50% 정도는 폐업을 해야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피스텔을 전문으로 하는 중개업소들의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가격과 상관없이 중개보수 상한선이 현행 거래금액의 0.9%에서 매매 0.5%, 전월세 0.4%로 낮아진다. 송파구 장지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오피스텔의 경우 단순한 거래 중개만이 아니라 세입자 민원을 대신 들어주는 등의 관리 업무도 병행해왔다는 점에서 수수료 인하폭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임대료 상승도 이들을 더욱 옥죄는 요인이다. 서초구 논형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강남 일대의 경우 시세자체가 워낙 비싸고 오피스텔도 입지가 좋은 역세권에 위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임대료 인상률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수수료 개편 자체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지만 이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는 이들에 대한 대책은 필요해 보인다”며 “동시에 부동산 시장 변화에 따른 중개업소들의 자구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