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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세 없는 복지" 고집만 부릴 상황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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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세 없는 복지" 고집만 부릴 상황 아니다

입력
2014.11.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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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재원을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 간의 대립과 논쟁을 기화로 정치권에서 증세론이 대두되고 있다. 재정 부족을 이유로 서로 부담을 미루기만 할 게 아니라, 아예 세금을 더 거둬 복지공약을 이행하자는 주장이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그제 비대위 회의에서 “국회 예산심의 완료 전에 급식과 보육 예산 모두 적정 수준까지 반영되도록 여야가 증세에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재검토하자는 얘기가 새삼 힘을 얻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은 지금은 증세를 거론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수정하는 데 대한 부담도 부담이지만, 기업이든 가계든 워낙 경제 상황이 나빠 섣불리 증세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김무성 대표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재원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증세 논의의 여지는 남겨 둔 상태다. 반면, 대선 전부터 증세를 통한 보편적 복지에 방점을 뒀던 새정치연합은 차제에 증세론을 보편적 복지를 관철하는 교두보로 추진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국민적 거부감을 의식해 당장은 부자증세부터 요구하고 있다.

지난 대선 등을 통해 대대적 증세를 통한 보편적 복지, 즉 ‘고비용 고복지’ 정책은 국민적 선택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여든 야든, 정치권의 무책임한 선심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더 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다만 파탄에 직면한 일부 복지 재원의 응급 보전을 위한 원포인트 부자증세는 이번 정기국회에서라도 마땅히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ㆍ여당은 이미 담뱃값 인상을 공언했고 지방세인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추진함으로써 사실상 서민증세에 나섰다. 서민증세에선 소득역진적 부작용이 불기피한만큼, 조세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법인세나 소득세 인상도 함께 이루어지는 게 옳다.

중요한 건 이번 정기국회에서 원포인트 부자증세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복지구조조정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윤근 새정연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당시 낮춰진)법인세율을 2008년 이전으로 환원만 해도 연 5조원 이상의 세수가 추가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불황 지속과 비과세 감면 축소 등에 따른 법인세 상쇄효과 등을 감안할 때 무상복지 재원을 충당할 정도의 세수확보는 어렵다. 따라서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를 통한 원포인트 부자증세와 함께, 공감을 이룬 ‘사회적 논의기구’를 조속히 구성해 남발된 복지정책을 현실성 있게 재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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