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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APEC에서 기러기 이야기 꺼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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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APEC에서 기러기 이야기 꺼낸 이유

입력
2014.11.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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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옌치후(雁栖湖)를 출발점으로 해, 세계 경제란 기러기떼가 더 푸르고 드넓은 하늘로 날아 오를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이끌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1일 베이징(北京) 교외의 옌치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러한 ‘기러기론’으로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밀어 붙였다. 그는 “우리가 오늘 모인 이곳 옌치후는 봄 가을이면 기러기떼가 날아와 붙여진 이름”이라며 “APEC 21개국 회원국은 21마리의 기러기로 비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꽃 한 송이론 봄이 될 수 없고, 외기러기론 행렬을 이룰 수 없다(일화불시춘 고안난성행ㆍ一花不是春 孤雁難成行)”며 “협력을 강화해 함께 날개를 펴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아태 지역을 만들자”고 주문했다. 이는 FTAAP로 대개방, 대교류, 대융합의 지역 경제 일체화인 FTAAP를 추진하잔 이야기다. 중국은 2006년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FTAAP를 처음 공식화했지만 그 동안 진전이 없었다.

그는 나아가 “기초시설 건설을 완비하고, 전방위 상호 연결 상호 소통의 틀도 구축해야 한다”며 “도로 철도 항공뿐 아니라 인터넷망도 서로 연결, 궁극적으로는 마음의 길이 연결되도록 하자”고 역설했다. 이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염두에 둔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중앙아시아를 겨냥한 ‘실크로드경제벨트’(一帶)와 동남아시아 및 서남아시아 국가들을 향한 ‘21세기해양실크로드’(一路) 구상을 내 놨다. 이어 지난 8일에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실크로드기금’에 400억달러(약 43조8,000억원)를 먼저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중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일대일로 실크로드 구상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제 국제 경제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포석이다. 시 주석이 이날 APEC의 발전을 위해 1,000만 달러(약 11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중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자리로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패와 테러 문제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선언이 발표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시 주석은 취임 이후 부패 척결을 외치며 전방위 사정에 나서 이미 지난 한해 18만여명의 공무원을 낙마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 해외 도피 공무원이 늘어 골치를 앓았다. 국경을 초월한 반(反)부패 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수 밖에 없다. 테러도 중국으로서는 시급한 국내 정치 상황과 연관된 것이다. 지난 3월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역, 4ㆍ5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 7월 사처(莎車)현 등 위구르족 분리 독립 운동 세력의 잇따른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올해 200명도 넘는 실정이다. 중국은 이들이 국외의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과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안방에서 이처럼 질주하자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 주중미국대사관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가국 정상 11명을 불러 TPP 협상을 최대한 빨리 타결하겠다는 성명을 내 놨다. 그러나 실질적 내용이 없어 울림은 적었다. 적진이란 한계도 있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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