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구단 포스팅 금액 기대 이하
SK, 내심 500만 달러 적정선 잡아
14일 기한...빅리그 포기 가능성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김광현(26)과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던 원소속팀 SK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광현의 자존심을 지킬 만큼 메이저리그 구단의 포스팅(비공개경쟁입찰) 금액이 나오지 않은 까닭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 오전 김광현의 영입 의사를 가진 메이저리그 구단이 써낸 최고 응찰액을 SK에 전달했다. SK는 금액을 확인하는 순간 임원진과 실무자가 모여 회의를 시작했지만 포스팅 금액이 기대했던 것보다 낮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광현도 구단으로부터 금액을 전달 받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반드시 수용해달라는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김광현은 9년을 채워야 획득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지 못한 상태다. 구단의 동의가 있어야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SK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결정할 사안”이라며 “늦춰지는 이유는 역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낮은 금액 때문”이라고 밝혔다. KBO가 SK에 제시한 수용 여부 결정 기한은 14일 오후 6시다.
SK는 지난달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며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에이스가 떠나면 구단은 손실이지만 국위선양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돕기로 했다”며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전제하에 진출을 동의한다”고 밝혔다. 당시 합당한 대우의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내심 500만달러(54억5,600만원) 정도를 적정선으로 삼았다. 미국 현지 언론이나 야구계 또한 1,000만달러(109억1,400만원) 안팎의 금액을 예상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연 결과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냉담한 현실을 마주한 SK와 김광현은 자존심을 고려해 포스팅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SK가 응찰액을 수용해 김광현이 독점 계약 교섭권을 가진 구단과 한 달간 연봉 협상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광현의 부상 이력도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2년간 어깨 부상 탓에 주춤했다. 지난해 10승을 거두고, 올 시즌 13승을 수확한 그는 “정밀 검사 결과를 미국 의료진에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하니 더욱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광현의 확신과 달리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그의 몸 상태에 대한 의문을 거두지 못하고 낮은 금액을 베팅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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