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중국 시장 빗장 열었지만 자동차·쌀 등 양허 대상 제외 등
연간 관세 절감액 54억달러, 한미 5.8배·한EU의 3.9배
양국 모두 13번째 FTA, 자국 산업 보호 코드 일치해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0일 실질적 타결돼,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 빗장이 열렸다. 하지만 협상 결과는 문호개방보다는 서로 지키려는 자국 산업 보호에 더 역점을 둔 미완의 FTA협정이 되고 말았다. 중국은 자동차를 비롯 주요 화학제품과 굴삭기 등 우리 주력 수출품을 양허(Concession) 대상에서 제외했고, 한국은 농산물 30%를 양허 대상에서 제외해 결과적으로 역대 최저 수준의 FTA에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최대 교역국끼리의 FTA라 파급효과는 이전 FTA들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 1차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한중FTA 타결은 경제차원에 치중했던 양국 관계가 정치·외교ㆍ안보 협력 강화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양국은 수교 이후 경제 협력은 뜨겁지만, 정치 협력은 차가운 ‘정냉경열’(政冷經熱)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북중 관계가 이전보다 냉랭해지는 정세 변화와 한중FTA가 맞물리면서 한중관계가 ‘정열경열’(政熱經熱)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전 인민대회장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실질적 타결은 ‘원칙적 타결’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쟁점들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돼 가서명을 하기 전 단계를 의미한다. 핵심 쟁점이었던 상품은 중국이 품목수(8,194개)의 90.7%, 수입액의 85%를 개방하고 우리는 품목수(1만2,232개)의 92.1%, 수입액의 91.2%에 대해 20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FTA에서 10년 내 관세철폐를 뜻하는 조기 관세철폐 품목 비율이 미국 100%, 한국 97.4%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의 개방이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미국(16조8,000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인데다 우리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다. 중국 역시 최대 수입국이 한국이라 개방률은 상대적으로 낮아도 효과는 역대 최대일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은 FTA 타결 전 수입 관세율(평균 9.7%)이 미국(3.5%)이나 유럽연합(EUㆍ5.6%)보다 높아 FTA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가 클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중 FTA가 완전히 정착되면 연간 관세 절감액이 한미(9.3억 달러)의 5.8배, 한EU(13.8억 달러)의 3.9배인 54.4억 달러(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중 FTA 타결로 우리는 세계최대 경제권인 미국, EU, 중국과 동시에 FTA를 맺은 아시아 최초의 국가가 됐다. 중국 내수시장에서도 경쟁상대인 일본 독일 미국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 세계 GDP 중 FTA 체결국들의 GDP 비중을 뜻하는 ‘FTA 경제영토’도 61%에서 73%로 넓어져 멕시코(63.6%)를 누르고, 칠레(85.1%)와 페루(78.0%)에 이어 3위가 된다. 여기에 한중간 교역기준을 정립해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일 FTA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좋은 이웃이자 동반자다. 계속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해 깊이 있는 발전을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FTA 협상 실질 타결은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세계경제에도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세부 사항들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서명 발효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갔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베이징=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