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는 "헌법 13조 위반이다" 소급입법으로 재산권 박탈 금지 명시 퇴직 당시 국가와 체결한 약속인데 신뢰 깨는 행위
정부·여당 "헌법 37조가 근거" 확정된 재산권은 맞지만 공공복리 위한 권리 제한 직접 손대는 게 아니라 문제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재정절감ㆍ소득재분배 효과를 크게 하려면 현재 고액 연금을 받고 있는 수령자들의 연금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위헌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게 문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측은 “여당이 당사자와 협의 없이 개혁을 강행하고, 이미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퇴직자들까지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공무원의 신분보장ㆍ재산권 보호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며 위헌을 주장했다. 하지만 “공공복리를 위한 권리 제한이기 때문에 위헌 문제는 없다”는 반대 논리도 있다. 관련 법이 통과되면 일단 소송이 제기돼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될 전망이다.
● 논란 휩싸인 퇴직자 연금 삭감
위헌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기존 퇴직자의 연금 삭감이 소급적 재산권 침해냐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이 발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퇴직자에게 연금액의 2~4%의 재정안정화 기여금을 걷고, 유족연금 지급률을 70%에서 60%로 낮췄다. 또 지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액도 오르지만 퇴직자 수가 많아지면 인상폭이 떨어지도록 하고, 고액연금자(평균 연금액의 2배인 월 438만원 초과 수급자)는 10년간 연금액을 동결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는 이미 지급받고 있는 연금을 깎는 것이어서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13조 위반이라는 게 전공노의 주장이다. 정용천 전공노 대변인은 “퇴직 공무원들의 연금액은 각 수급자들이 퇴직 당시 국가와 체결한 약속인데 이를 사후에 축소하겠다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며 “이는 헌법에 보장된 ‘소급 적용 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직 헌법재판관을 지낸 한 법조인도 “퇴직해서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공무원의 경우, 새로운 법을 종료된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진정소급입법에 의해 확정된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돼 헌법에 배치된다”고 위헌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법조인은 공무원연금을 확정된 재산이 아니라 조정 가능성이 있는 기대재산으로 보더라도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직 공무원의 경우는 연금액이 변동가능하다고 예측할 수 있지만, 이와 달리 퇴직자는 퇴직 당시 정부가 정해진 금액의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셈이어서 ‘확고한 신뢰’를 깨는 것이라면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직접 삭감 아닌 목적세 부과”
합헌이라는 반박 논리도 팽팽하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국민은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37조를 근거로 내세운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재정안정화 기여금은 연금을 직접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세 형식으로 우회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라며 “연금의 재정안정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한 재산권 제한이어서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같은 논리를 폈다. 그는 “퇴직자의 연금이 확정된 재산권인 것은 틀림없지만, 재산권에 직접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목적세를 신설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재정안정화, 신구 세대의 연대성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한 선택으로 헌법재판소에서도 사회정책적인 영역에서 폭넓게 판단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에도 퇴직자의 연금액이 삭감되는 연금 개혁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광석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연금조정 방식을 임금연동에서 물가연동으로 변경해 퇴직자들의 연금액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퇴직자의 연금 역시 언제든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된다면 소급적 재산권 침해로 인한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2003년 9월 퇴직공무원들이 은퇴 이후 소득이 발생할 경우 연금액을 최대 절반까지 깎을 수 있도록 한 공무원연금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 소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이미 확정된 연금 수급권이라도 국가의 재정 상황 등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논리였다. 하지만 이 판례는 ‘연금 수급권자에게 퇴직 후 임금 등 소득이 새로 생겼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어있어 이번 개혁안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공무원 신분보장 침해는 근거 적어
전공노는 또 ‘공무원의 신분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규정한 헌법 7조 위반을 주장하기도 한다. 당사자 동의 없는 일방적 개혁 추진 절차,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을 65세로 늦춰 60세까지 보장된 공무원 신분 보장과 괴리가 발생한 점 등이 결과적으로 공무원 신분보장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위헌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금 지급을 공무원의 신분 보장과 바로 연결지어 공무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헌 변호사는 “정책적 목적 때문에 불가피하게 제한하는 상황이라면 본인이 기대했던 이익을 침해한 사실 자체로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용어 그대로 퇴직 시 노후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이지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면서 “정년과 연금 수급연령을 일치시키는 것은 정책 과제이지 헌법에 명시된 권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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