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과 넥센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10일 잠실구장. 0-1로 뒤져 패색이 짙은 삼성은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넥센 유격수 강정호의 실책과 채태인의 안타로 2사 1ㆍ3루를 만들어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이어 타석에 선 최형우(31)는 넥센 마무리 손승락의 5구째를 통타했고, 1루 선상 쪽으로 뻗어 간 타구에 넥센 1루수 박병호가 몸을 날려봤지만 미치지 못했다. 우익수도 잡을 수 없는 펜스 구석까지 굴러간 사이 3루 주자 나바로에 이어 1루 대주자 김헌곤마저 홈플레이트를 통과했다. 기적적인 2-1 역전 끝내기 승리.
삼성이 9회 2사후 터진 최형우의 한 방에 힘입어 통합 4연패까지 1승 만을 남겨 놓았다.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앞서 나간 삼성은 남은 2경기 가운데 1승만 더 보태면 대망의 우승컵을 가져간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까지 2승2패로 맞선 경우는 4차례 있었는데 이 중 5차전 승리 팀이 우승한 건 7번으로 77.8%의 확률이다. 역전 끝내기 2루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최형우는 5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한국시리즈에서 끝내기 안타가 나온 건 통산 8번째, 포스트시즌에선 23번째다. 반면 9회말 투 아웃까지 3시간여를 이기고 있던 넥센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 놓고 통한의 역전패를 당해 벼랑 끝에 몰렸다.
한국시리즈 들어 타격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 타자들은 이날도 넥센 마운드에 8회말까지 철저하게 눌렸다. 분위기 상으로도 삼성의 역전승은 예상할 수 없었다. 8회말 무사 만루의 황금 찬스를 날렸기 때문이다. 넥센 조상우의 제구 난조를 틈타 무사 만루를 만든 삼성은 박석민-박해민-이흥련이 모두 범타로 물러나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1점 차였지만 넥센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메이저리거 요기 베라의 말처럼 삼성은 9회말에 거짓말처럼 승부를 되돌려 놓았다.
삼성 선발 밴덴헐크는 승패와 무관했지만 7이닝 동안 5안타 5삼진 1실점 역투로 소중한 역전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8회 등판한 안지만도 2이닝 동안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아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했다. 안지만은 구원승으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2승째를 거뒀다.
반면 절체절명의 무사 만루 위기까지도 넘긴 손승락은 극적인 터프 세이브(동점 또는 역전주자가 루상에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세이브)와 팀의 시리즈 첫 우위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 남겨 놓고 주저 앉았다. 3일 쉬고 등판한 선발 소사가 최고 시속 157㎞의 불 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삼성 타선을 6.1이닝 동안 4안타 3볼넷 7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은 것도 의미 없는 역투가 되고 말았다.
양 팀은 11일 오후 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6차전을 치른다. 한편 이날 잠실구장엔 2만3,257명(총 2만5,000석)의 관중이 입장해 한국시리즈 연속 매진 기록은 42경기에서 중단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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