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베이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2년 6개월간 이어져 온 FTA 협상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유럽연합(EU) 등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게 됐다. 연말까지 문구 조정 등을 거쳐 내년 중 정식 서명 및 비준 절차를 거쳐 공식 발효되면 제조업과 농업 등 국내 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한중 FTA는 양국 경협차원을 넘어 동북아 안보협력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번에 타결된 한중 FTA가 기존의 한미 FTA에 비해 관세 철폐 등 초기 개방 비율이 높지 않아 당장 실효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국 정상회담에서의 발표를 위해 이견이 노출된 민감한 품목을 제외하다 보니 지금까지 체결된 FTA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중국이 요구한 쌀 등 농산물의 상당수나, 한국이 주장한 자동차를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고, 지적재산권이나 비관세장벽에서도 높은 수준의 규제 철폐가 이뤄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중 FTA는 중ㆍ장기적으로 한미 FTA보다 한국 경제에 더욱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중국은 지난해 한국 수출액의 26%, 수입액의 16%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은 한중 FTA 발효 5년 후 국내 총생산(GDP)이 최대 1.25%, 10년 후 3.04%가 늘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FTA에서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도 한국산으로 특혜관세를 인정 받아 중국 수출 길이 열리는 등 남북 경협에 청신호가 켜진 점도 고무적이다.
중국 공산품 및 서비스 시장을 얻고 국내 농수산물 시장을 내준 이번 FTA로 농어민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정부는 쌀을 비롯해 사과, 배 등 농가소득에 영향을 주는 주요 품목을 방어, 개방 정도를 역대 FTA가운데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고 강조하지만 농수산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이미 값싼 중국산 농수산물이 국내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다. 이번 FTA로 대두 참깨 김치 등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더욱 늘면 농수산업의 기반마저 위태롭지 않을까 우려된다. 피해 농가 소득보전 대책과 함께 친환경 제품 및 품질 고급화를 통한 농업 경쟁력 제고가 한층 시급해졌다.
한중 FTA는 13억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할 절호의 기회다. 중국은 과거에 비해 낮아졌지만 여전히 연 7%씩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IT와 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력까지 갖추면서 한국 기업들과 전면전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활력을 잃어가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이번 FTA를 계기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교육과 법률, 문화 등 서비스 분야에서 중국 시장 참여 기회도 열리는 만큼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한중 FTA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한층 가다듬어야 할 때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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