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논란 증세론으로 확대
무상급식과 누리과정(만 3~5세 아동 보육비 지원사업) 예산 편성 갈등으로 시작된 보편적 교육복지 논란이 ‘증세론’으로 옮겨 붙고 있다. 야당이 법인세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증세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가운데 여당에서는 “증세는 시기 상조”라는 입장이 아직은 우세하다. 하지만 여당에서도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모양새여서 정치권 논의가 주목된다.
野, “증세 않으면 보육ㆍ급식 대란”…증세 공식화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당무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의 보육이냐 야당의 급식이냐의 극단적 이분법으로 끌고 가면 대란이 뻔하다”며 “두 예산 모두 적정 수준이 반영되도록 여야가 부자감세 철회 등 증세에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문제의 근본은 재원조달에 있는 것이지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문 위원장의 증세 주장은 ‘증세 없는 복지’를 사실상 약속했던 여권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증세는 국민 여론에도 민감한 사안이라 새정치연합이 국민을 상대로 증세론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할 경우 반대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나온다.
때문에 백재현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소득세 인상을 포함한) 보편적 증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면서 “나라 곳간이 비어 있는 상황에서는 법인세 인상을 통해서라도 부족한 세수를 확보해야 매워야 한다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일 ‘2015년도 예산안 심사 5대 기본원칙’을 발표하면서, 재벌대기업 특혜성 비과세 감면 폐지와 법인세 최저세율 인상, 법인세율 정상화 등 3대 법안을 통해 연 평균 9조 6,3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與, “증세는 시기상조”…내부적으론 불가피론 확산
새누리당은 야당 대표의 증세 요구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이다. 경제 활성화를 통해 소득을 늘리면 자연스레 세수도 늘 수 있는 만큼 당장 증세를 추진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한 만큼 여당이 나서 증세론을 언급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우리 정부의 기조를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며 “국가 장래를 생각하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증세는 워낙 민감한 문제라 즉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어) 저 부담 저 복지로 갈 거냐, 고 부담 고 복지로 갈 거냐에 대한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고 방향 정해지면 재원조달 계획은 그 다음에 세워지는 것”이라고 말해 여야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올해만 세수가 10조원 넘게 덜 걷힐 것으로 추산되는 등 내년까지 4년 연속 세수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증세 없는 복지’ 기조만을 부여잡고 있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재정 파탄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예산 심의에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2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춰,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늘리도록 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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