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公 추진 대형 투자사업 4건… 공식적 검증절차도 안 거치고
아들이 재직한 메릴린치 선정, 자문대가 248억원… 특혜 의혹
이명박정부 시절 석유공사가 추진한 대규모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자문을 ‘MB 집사’로 통하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이 재직하던 메릴린치가 도맡았던 사실이 10일 새롭게 드러났다. 특히 석유공사는 공식적인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메릴린치를 자문사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고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MB정부 해외자원개발 국부유출’진상조사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유공사가 이명박정부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대표적 부실투자로 꼽히는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건을 포함해 미국 앵커ㆍ이글포드 광구, 영국 다나사 인수 등 모두 4건의 대형 해외투자 사업을 진행하면서 메릴린치로부터 투자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메릴린치가 4건의 투자 자문 대가로 받은 금액만 총 248억원에 달했다.
특히 진상조사위는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제외한 3건의 사업과 관련해 메릴린치를 자문사로 선정하기까지 별도의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멜릴린치의 서울지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인 김형찬씨로 석유공사가 권력차원의 특혜를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석유공사는 3건의 사업과 관련해 ‘자문사 선정위원회’의 검증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뿐 아니라 해외투자건을 맡기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추가로 검증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자제가 메릴린치 서울 지점장으로 오게 되면서 합법적 계약 없이 투자 자문이 이뤄졌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진상조사위는 “메릴린치로부터 투자자문을 받아 투자한 12조 4,412억원 중 현재까지 회수한 금액은 6,730억 원으로 회수율은 5.4%에 불과하고 회수금도 재투자로 소진해 실제 회수금은 거의 없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메릴린치는 하베스트 자문사로 선정될 당시에도 석연치 않은 과정이 문제가 돼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석유공사가 자문사 선정을 위해 10개 업체를 상대로 평가한 결과 계량평가에서 메릴린치는 5위에 머물렀지만 선정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인 비계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자문사로 선정됐다는 게 진상조사위 주장이다.
노영민 위원장은 “4개 사업에 대해 적극적 투자 자문에 응한 메릴린치가 어떻게 자문사로 선정됐는지, 김형찬씨가 어떤 형태로 개입했는지, 메릴린치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자문에 응했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며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거듭 촉구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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