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친구에 돈 보낼 수 있어
대형 IT사도 사이버 결제 추진
비금융사, 자금ㆍ기술력으로 도전

국내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의 운영사 다음카카오가 국내 16개 은행과 제휴한 모바일 전자지급 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가 11일 드디어 출시된다. IT기업 등 비금융사가 금융 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은행이나 카드사를 대신해 소비자 편의를 돕는 수준이지만, 서비스 저변이 확대될 경우 은행의 지급결제 독점체제를 무너뜨리며 금융시스템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뱅크월렛카카오의 핵심 서비스는 회원 간 송금이다. 등록된 은행 계좌를 통해 뱅크머니를 충전하면 클릭 한 번으로 카카오톡 친구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 3,7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잠재 고객이다. 보안 우려로 설정된 충전금액(50만원)ㆍ송금액(10만원) 한도가 완화된다면 전체 자금이체 규모의 4% 수준인 모바일뱅킹 이체 비중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나, 우리, 외환은행 등은 뱅크머니 충전계좌로 등록할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뱅크월렛카카오 전용 통장을 잇따라 내놨다.
다른 대형 IT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인터넷포털 1위 기업인 네이버는 8월 국내 3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에 속하는 한국사이버결제(KCP)를 자회사를 통해 인수했다. 메신저 서비스 라인과 연계된 간편결제 플랫폼을 출시하려는 복안에서다. 네이버는 이와 별도로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운영하는 SNS 밴드에서 회원 간 소액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준비 중이다. 밴드의 회원 수는 3,300만명에 이른다. 삼성전자도 9월 출시한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 삼성월렛에 송금 기능을 보태기 위해 우리, 신한, 국민 등 6개 은행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대형 PG사 옐로페이와 제휴했다.
정부의 신용카드 간편결제 장려 정책으로 ‘봄날’을 맞은 PG사들도 국내외 기업들과 손잡고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1위 업체 KG이니시스는 페이팔, 알리페이 등 글로벌 결제플랫폼 회사와 손잡고 국내 인터넷 쇼핑몰을 상대로 해외결제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효성 관계사인 갤럭시아컴즈 역시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의 결제플랫폼 자회사 텐페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당국도 핀테크(IT기술이 결합된 금융서비스) 육성을 내세우며 적극 후원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0일 IT회사, 전자금융업자, 금융기관, 학계,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ITㆍ금융 융합 협의회’를 출범하고 핀테크 산업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자본력과 기술력, SNSㆍ인터넷을 통한 고객 저변을 갖춘 비금융회사들의 진출로 시장 판도가 급변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박이락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IT기업은 별도의 투자 없이 기존에 구축한 사용자 네트워크 및 플랫폼을 활용,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 달성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은행, 카드사 등이 구축한 영업 기반을 금세 따라잡을 잠재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비금융을 가르는 규제가 완화되면서 자금을 최종 이전하는 권한, 즉 결제권까지 비금융회사가 보유하게 된다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돈이 은행에서 나와 은행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깨지면 통화정책 등 정부의 통제권이 급속히 약화될 수 있는 탓이다. 더구나 해당 기업이 경영 부실, 해킹 등으로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면 더욱 큰 문제다. 일각에선 정부가 간편결제의 본보기로 제시하고 있는 페이팔, 알리페이가 고객과 가맹점에 은행 아닌 자체 계좌를 제공하고 자금이체 및 결제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명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회사가 고객 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한다면 자체 계좌를 운용해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