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네트워크로 100만불 세탁
사법공조로 범죄수익 첫 美 환수
미군 군무원이 미국 현지에서 받은 10억원대 뇌물을 한국의 내연녀에게 맡겼다가 검찰에 적발돼 몰수당하게 됐다. 1993년 한미 형사사법공조조약 체결 이후 양국의 사법공조로 한국 내 범죄수익이 미국으로 환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 백용하)는 미 육군 공병대 군무원 M(58)씨가 군납업체에서 받아 한국인 내연녀 이모(50)씨 명의로 국내에 은닉한 뇌물 100만달러(한화 약 13억2,000만원)를 추적해 현재까지 6억7,983만원을 몰수 보전조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돈은 법원의 몰수공조허가결정이 나면 미 법무부로 반환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M씨는 2009년 미 육군 보안영상 연결망 계약과 관련해 미국 소재 N사 대표이사 조모(45ㆍ미국 시민권자)씨 등으로부터 100만달러를 받아 챙겼다. 그는 이 돈을 무역거래 대금인 것처럼 가장해 한국의 무역업체인 C사로 송금했고, C사는 이를 다시 M씨의 내연녀인 이씨에게 전달했다. N사의 한국 지사장과 C사의 대표는 고교 동창 관계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자금 세탁’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렇게 유입된 ‘검은 돈’은 이씨 명의 커피숍의 임대차보증금(2억원), C사 대표 김모(59)씨의 은행예금(3억2,500만원) 등으로 쓰였다. 검찰은 M씨의 뇌물 100만달러와 같은 돈으로 확인된 6억7,983만원에 대해선 미국 반환을 위해 몰수 절차를 밟는 한편, 이씨의 빌라 임대차보증금(3억3,000만원)과 아파트(1억원), 벤츠승용차 리스보증금(2,000만원) 등 4억5,000만원을 추징 보전조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없는 피의자의 재산은 몰수가 아니라 추징 절차를 밟게 되며 우리나라 국고로 귀속된다”며 “다만 추징대상 중에서 향후 미국 범죄와 관련된 돈이 추가로 드러나면 이 부분 역시 미국에 반환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내연녀 이씨와 C사 대표 김씨, N사 한국지사장 김모(58ㆍ미국시민권자) 등 3명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M씨는 2011년 미국 연방검찰의 수사를 받고 구속돼 이듬해 징역 6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으며, 조씨 등 뇌물 공여자 2명도 M씨와 함께 미국에서 복역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법무부가 뇌물 몰수 관련 사법공조를 요청함에 따라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며 “미국판 ‘군피아’(군대+마피아) 사건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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