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민감 농산물 94.3% 양허 제외… 美와 1%, EU와 2.8% 비해 양호
"48시간 내 통관 원칙" 우려 목소리… 신선식품 수입 늘어날 가능성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던 농축산물 분야는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쌀은 협정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고 주요 축산품과 과일류도 양허(관세 인하ㆍ철폐) 대상에서 빠졌다. 그렇다 해도 농축산물 개방은 농심(農心)을 자극할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전체 농축산물 품목 중 66%, 수입량 기준으로 볼 때 70%는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거나 부분 인하될 예정이어서 직간접적으로 농가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김치 수입 관세율이 낮아지면서 중국산 김치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중 FTA 협상 결과 초민감 농산물 품목 581개 중 94.3%(548개)에 대해 양허 제외를 이끌어 냈다고 10일 밝혔다. 관세 인하 시 국내 농가의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초민감품목의 경우 한미FTA는 1%(16개), 한ㆍEU FTA는 2.8%(41개), 한ㆍ호주 FTA도 10.5%(158개)만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던 것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반면 중국은 전체 1,131개 품목 중 쌀 설탕 밀가루 식물성유지 담배 등 102개 품목만 양허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1,029개 품목은 관세를 철폐하거나 감축하기로 했다.
중국 농축산물의 국내 수입액 기준으로 보면 기존 수입액의 30%는 양허 제외, 30%는 저율관세할당(TRQ) 및 부분 감축, 40%는 즉시 및 단계적 철폐로 분류된다.
품목별로 보면 최대 관심사이던 쌀(현미 찹쌀 등 쌀 관련 16개 제품 포함)은 아예 협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향후 한중 FTA 추가 협상 테이블에도 오를 일이 없다는 얘기다. 소 돼지 닭 오리고기 등 주요 축산품과 사과 배 포도 감귤 감 딸기 수박 복숭아 등 주요 과실ㆍ과채류도 양허 대상에서 빠졌다. 또 고추 마늘 양파 생강 등 양념채소와 배추 당근 무 오이 가지 등 주요 밭작물과 인삼류 등도 기존 관세율이 유지된다.
하지만 관세가 철폐되거나 인하되는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는 적잖은 피해를 입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저율관세할당(TRQ)를 하기로 한 참깨(매년 2만4,000톤 수입)나 들깨(5년간 현행 관세 40%를 36%로 감축), 고구마 전분, 건조된 팥 등이 주요 관세 인하 품목이다. 무엇보다 김치는 현행 관세(20%)를 최대 2%포인트까지 낮추기로 양국이 합의해 중국산 김치의 공세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번 FTA 협정에 ‘48시간 내 통관 원칙’이 포함된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까지 보통 3,4일 이상 걸리던 통관 기간 때문에 수입량이 적었던 일부 중국산 신선식품 수입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추가 관세 인하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FTA와 마찬가지로 한중 FTA에도 ‘향후 양허 제외 품목에 대한 양허 포함 논의를 지속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이번에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앞으로 협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한중 FTA로 농축산물 수입액 중 FTA체결국으로부터 수입액 비중은 64%에서 80%로 늘어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우리 농업이 FTA 개방체계에 완전 편입되는 중요 사안”이라며 “조만간 종합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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