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사실 아베와 정상회담을 하기 싫었던 것일까.
10일 시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표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정상이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회담 모두 장면을 보면 왠지 모를 어색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NHK 영상을 보면 아베 총리는 시 주석이 회담장에 들어서자 악수를 하며 웃는 얼굴로 무엇인가를 말했다. 발언 내용이 전해지지는 않았으나 상황으로 미뤄볼 때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에 대한 반가움을 표시하는 외교적 언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 주석은 미소 없는 굳은 표정으로 악수하다 아베 총리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아무 대답 없이 고개를 취재진 쪽으로 돌렸다. 화면으로 만 보기에는 아주 화가 난 얼굴이었다. 상대의 반응이 예상 밖이라는 듯 아베 총리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금세 사라졌다. 시 주석은 아베 총리가 악수를 마치고 자리를 이동할 때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리며 시선을 피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했던 것과 분위기가 극명하게 대비됐다. 시 주석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할 때는 밝은 표정으로 악수했고 팔을 내밀어 상대가 이동할 자리를 안내하는 등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시 주석이 아베 총리에게 이례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손님’의 요청에 따라 비록 정상회담을 하지만 역사 인식이나 영유권 분쟁 등 현실 문제에서 일본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회담에서 “역사문제는 13억 중국인의 감정에 관련된 것”이라며 과거사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