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류중일(51) 삼성 감독과 염경엽(46) 넥센 감독은 선수단과 소통을 기본 철학으로 정상까지 오른 사령탑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선보인 용병술은 사뭇 다르다.
류 감독은 정규시즌 같은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반면, 염 감독은 전통적인 단기전 운용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류 감독은 7일 목동구장에서 3차전을 승리한 뒤 선수 기용 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제 스타일 모르시나”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8일 4차전 패배 후에도 똑같았다. 5번, 3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박석민(29)의 부진이 길어진 데 대한 물음이었으나 류 감독의 믿음은 변함없었다. 박석민은 4차전까지 타율 7푼7리(13타수 1안타)로 침묵하고 있지만 류 감독의 지론은 “단기전일수록 믿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부상을 당한 박해민(24) 정도 외에는 이길 때나, 질 때나 삼성의 선발 라인업은 바뀌지 않았다. 선발 마운드 역시 정규시즌과 비슷하게 릭 밴덴헐크(29)-윤성환(33)-장원삼(31)-J.D. 마틴(31)으로 이어지는 4인 로테이션을 운용하고 있다.
반면 염 감독은 포스트시즌다운 용병술로 한국시리즈의 재미를 더 하고 있다. 흔들림 없이 지켜가고 있는 건 ‘3선발제’다.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에이스가 1, 4, 7차전에 등판하는 것을 포함해 3명의 투수로 운용하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5일 선발 로테이션이 정착된 1990년대 이후로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최소 4명의 선발 가용 인원을 두는 게 일반적이었다. 특히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의 외국인투수 다니엘 리오스(42)가 1차전 완봉승 후 3일 만에 나선 4차전에서 부진한 이후로 “제 아무리 철완이라도 3일 휴식은 무리”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염 감독은 “비난도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력으로 이기기 위해서는 3선발제가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성공이라 볼 수 있다. 1차전 등판 후 3일 휴식 후 4차전에 나선 앤디 밴헤켄(35)은 오히려 더 위력적인 투구로 7이닝 1실점만 내주고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불펜 운용도 유동적이다. 마무리 손승락(32)을 조기 투입하거나 순서를 바꿔 먼저 투입하기도 하는 등 LG와 플레이오프부터 변칙적인 전략으로 나섰다. 라인업 변화도 잦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 3인방(1번 서건창, 4번 박병호, 5번 강정호)만 고정시켜두는 것 외에는 데이터와 당일 컨디션 등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라인업에 손을 댄다. 2번과 하위 타순을 오가는 비니 로티노(34)와 이택근(34)이 변화의 포인트다.
두 감독의 소신에 따라 선발 마운드에 깜짝 카드는 없다. 삼성은 6차전에 윤성환, 7차전에 장원삼이 나선다. 넥센은 오재영(29)과 벤헤켄으로 다시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5, 6차전을 모두 잡고 우승하든지, 그렇지 않고 7차전까지 가면 넥센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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