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아베 정상회담 합의, 韓中 공조체제 변화 불가피
北, 억류됐던 미국인 2명 석방… 또다시 통미봉남 전술 구사
10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 외교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고리로 우리 정부와 공고한 연대를 형성하던 중국이 일본과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의 조짐을 보이는데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미국인 억류자를 석방하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변하면서다. 한일ㆍ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자칫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질서에서 외톨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0~11일 APEC 기간 중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처음이며 한중 정상회담 성사도 2년 6개월 만이다. 일본이 배타적으로 점유하고 있지만 영유권 논란이 불거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분쟁지역으로 양보하고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을 약속하면서 정상회담이 전격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인식에서 반성이 없는 일본을 상대로 한중 공조체제를 형성했던 동북아 질서는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본과 관계개선에 가속도를 낼 경우 한중 공조체제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고 한중일 3국 관계에서 우리는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이 8일 전격적으로 미국인 케네스 배(46)와 매튜 토드 밀러(24)씨를 전격 석방하면서 북미관계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석방된 미국인 두 명은 이날 오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에 파견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과 함께 평양을 떠나 미국령 괌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이 클래퍼 국장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편지에서 클래퍼 국장을 ‘개인 특사’로 지칭했으며 내용은 “짧고 간단명료했다”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에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억류 미국인들의 행동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CNN은 전했다.
억류자 석방이 곧바로 북미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북한이 최근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킨 반면 미국에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 구사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며 APEC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공고할 것”이라고 우려를 불식시켰다.
정부는 APEC에서 한중 한미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충분히 위기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중일ㆍ북미관계의 진전 속도에 따라 남북관계 내지는 대중ㆍ대일 전략을 유연한 기조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실용외교 노선을 강화할 경우 박근혜정부는 동북아 질서에 대한 전략적 판단과 결단에 직면할 수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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