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희 전 서장 수차례나 檢 송치… 한전에선 "돈 마련해라" 시공사 압박
자금 출처는 시공사 비자금, 한전 직원들 수시로 뇌물 받기도
경북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 대상 돈봉투 살포 사건은 갈등을 무마하려는 경찰서장의 강요로 한국전력 지역건설본부가 하청업체를 압박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과정에서 한전 직원들이 하청업체로부터 수시로 뇌물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청도 주민들에게 돈봉투를 돌릴 것을 한전 대구경북지사에 강요한 혐의(직원남용)로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을 입건, 불구속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돈봉투 사건을 포함해 송전탑 시공업체인 S사에서 수시로 돈을 받은 이모(56) 전 한전 대구경북지사장 등 10명은 뇌물 수수 혐의로, 불법적인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를 한전에 전달한 S사 대표 등 3명은 횡령 및 뇌물 공여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올해 8월 중순 이 전 지사장에게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 대한 치료비와 위로금으로 3,000만~5,000만원을 지원해달라”고 수 차례 요구했다. 당시 한전은 청도군 삼평1리에 추진 중인 송전탑 건설 문제로 반대 주민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 전 서장은 주민들간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한전 측에 현금 지원을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처음에는 “찬성 측 주민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거나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이 전 서장의 제안에 반대했다. 그러나 거듭된 요청에 한전은 S사에 돈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이 전 지사장은 9월 초 600만원을 S사에서 받았다. 며칠 뒤 S사가 추석 휴무에 들어가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자 이 전 지사장은 우선 자신의 통장에서 인출한 1,100만원을 합쳐 총 1,700만원을 이 전 서장에게 전달했다. 이 전 서장은 이 돈을 본인 이름이 적힌 봉투에 100만~500만원씩 나눠 담아 주민 7명에게 돌렸다. 이 전 지사장은 추석 연휴 직후 한전 측에 1,100만원을 보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돈봉투 살포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는 바람에 돌려받지 못했다.
조사결과 S사가 한전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뇌물을 건넨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전 지사장 등 한전 직원 10명이 2009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S사로부터 명절 떡값과 휴가비 명목으로 100만~500만원씩 총 3,300만원을 받은 내역을 확보했다. 이 돈은 경찰에도 흘러 들어갔다. 이 전 지사장이 8월 중순 S사에서 받은 100만원을 이 전 서장에게 줬고, 이 전 서장은 복숭아 90만원어치를 사서 직원과 기동대원들에게 돌렸다.
자금 출처인 S사는 이 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조성했다. 경찰은 S사가 2009년 1월부터 가짜 직원 20명을 서류에 등록해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비자금 13억9,000만원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돈봉투와 한전 직원 떡값 등 모든 불법 자금의 원천은S사의 비자금이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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