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 5곳서 134조
가계 빚 문제 갈수록 커질 듯
자영업자 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대형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년 만에 중소기업 대출의 60% 수준에서 90%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기를 맞은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세대의 창업붐과 자영업 업황 악화가 맞물린 결과로,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대형은행 5곳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13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말 94조원에서 지난해 말 124조원으로 매년 10조원씩 불어나더니 올해는 열 달 만에 10조원이 늘었다. 3년 10개월 동안 40조원에 이르는 증가 규모는 주택담보대출(63조원)을 제외한 다른 모든 대출보다 많다. 이 기간 대기업대출은 29조원, 전세대출은 13조원 늘었다.
금융권에선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머잖아 중소기업 대출을 앞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0년 말 5개 은행에서 157조원을 기록했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제외)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47조원으로 7.2% 줄었다. 반면 자영업자 대출은 연 30%의 급증세를 보이며 중소기업 대비 대출액 비율을 4년 만에 60%에서 91%로 끌어올렸다.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기업은행 실적이 배제된 것이긴 하지만, 큰 추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자영업자 대출 급증의 밑바탕엔 자영업 비율이 유난히 높은 한국 특유의 경제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2.5%로 미국의 3.5배, 일본의 2.6배에 달한다. 여기에 총인구의 15%를 점하는 50대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창업에 나서면서 지난해 말 자영업자 수는 537만명으로 2009년 대비 10.4% 증가했다.
그러나 자영업 쏠림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점을 들어 최근의 대출규모 확대 추세를 심각히 여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장 포화로 인한 영업 악화가 대출 증가, 나아가 가계빚 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 평균 월 매출은 2010년 990만원에서 지난해 877만원으로 11% 줄어든 반면 창업비용(음식숙박업 기준)은 7,540만원에서 9,230만원으로 22% 늘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가구 평균 부채는 7,131만원에서 8,859만원으로 24% 급증했다. 대출 연체율 역시 하나은행이 지난해 말 0.44%에서 지난달 말 0.82%로 올라가는 등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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