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땐 기업 부도 등에 늘 노출, 회계 투명성 높여 부실 대출 차단
국제 흐름 빨라져 외국과 경쟁 치열, 뒤처지지 않으려 부지런히 담금질
보수적인 은행, 창의적 변화 당연… 전문성·자율성 더 키워줄 필요"
잇따른 부실대출 사고와 손 쉬운 금리 장사, 그리고 되풀이되는 최고경영자(CEO) 간 권력 다툼. 일반인들에게 은행은 요즘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오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곳엔 묵묵히 자기만의 전문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 부지런히 담금질을 하는 은행원들이 적지 않다. 한국금융연수원이 매년 선발하고 있는 ‘금융마이스터’들도 그 중 하나다. 연수원은 2011년부터 연수원의 전문연수과정 이수, 자격증 취득, 실무경력 등을 심사해 부문별로 마이스터를 선발한다. 지금까지 선정된 이들은 모두 14명. 지난 7일 올해 금융마이스터로 선정된 이성수(49ㆍ외국환) 수협은행 외환사업실 차장, 채명식(46ㆍ국제금융) 우리은행 경영감사부 부부장, 박진균(43ㆍ기업금융 부문) 농협은행 심사지원팀 선임심사역, 이형주(39ㆍ자산운용) 수협은행 자금부 자금운용팀 과장 등 4명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최근 부실대출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아내에게 “똑바로 하라”는 농담 섞인 핀잔을 종종 듣는다는 박진균 선임심사역은 “요즘 기업금융이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는 업무임을 새삼 절감한다”고 했다. 그가 금융마이스터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기업의 부도는 경기 상황과 연관이 깊기 때문에 요즘처럼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휘청거리는 시기에는 은행원은 큰 부담을 안고 일한다“며 “그럴수록 마이스터 같은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적인 지원 필요성도 제기했다. “기업 실사까지 마친 회계법인이 적정 의견을 내놓은 재무제표를 활용하는데도 분식회계로 인한 부실대출이 발생하는 게 현실이죠. 사회적으로 회계 정보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과정이 우선돼야 합니다.”
국내 은행, 또 은행원들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평을 종종 듣는다. 요즘처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입지가 매우 취약한 탓이다. 하지만 국제금융 분야 10년 경력의 채명식 부부장은 강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는 “다양한 국가에서 새로운 금융상품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외국계 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좀 더 많은 전문가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금융의 국제화가 가속화하면서 은행의 전문가 수요가 커지고 있잖아요. 하지만 금융사고 발생 방지를 목적으로 관행화된 순환보직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아직은 은행원이 제너럴리스트에서 스페셜리스트로 가는 과도기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습니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중요한 과제다. 은행원들이 현실에 안주한다는 부정적 인식은 적어도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1994년 입행 이후 외환과 수출입업무를 주로 맡아 온 이성수 차장은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매년 꾸준히 통신 연수 과정을 이수해 왔다”며 “외환처럼 난해한 분야는 충분한 최근의 사고 사례를 다룬 교재가 아직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어 앞으로 후배들을 위한 교재 집필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은행의 보수적인 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돈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당연히 보수적인 색채가 강할 수밖에 없지만, 전문성과 더불어 자율성, 창의성 등이 발을 붙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형주 과장은 “지금까지 은행은 그 특성 상 성실하고 모범적인 사람을 선호해 와 자율성이나 창의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다행히 형식적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조직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어서 개개인이 자유롭게 전문성을 발휘한다면 은행이 예대마진 위주의 손 쉬운 수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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