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 등 세월호 3법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눈 앞에서 300여명의 귀한 생명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던 세월호 참사 발생 205일 만이다. 세월호 참사는 안전은 도외시한 채 돈만 챙겼던 여객선사의 검은 양심, 이를 방치한 해피아의 비리 사슬, 선원들의 무책임, 정부의 구조능력 부재 등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가 집적된 결과였다. 이에 대한 전국민의 분노와 유가족들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등을 위한 법률 제정에 반년이 넘게 걸렸다.
여야 정치권 및 유가족들 간 심각한 불신과 갈등을 겪으며 긴 시간을 돌아왔다. 이제나마 진상규명과 보상배상, 국민안전을 기하기 위한 정부조직개편, 대형인명사고의 책임자 재산환수를 통한 피해자 지원 등의 제도적 틀이 만들어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올해 우리 정치와 사회의 태반을 지배했던 세월호 갈등의 일단락이기도 하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진상규명을 담당할 특별조사위 구성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일러야 본격적인 진상조사 활동은 해를 넘겨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조사위는 유가족과 야당 측이 강력히 요구했던 수사권 및 기소권은 부여 받지 않았지만 나름 실효성 있게 조사를 할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청문회 출석 거부나 허위 증언 등에 대한 처벌 규정도 갖췄고, 특별검사 후보 추천에는 유가족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하지만 청와대 등 주요 기관의 조사 범위와 대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소지도 다분하다는 걱정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특별조사위가 어떤 예단이나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사실과 증거에 입각해 진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조사 대상에는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 청와대라고 예외일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염두에 두고 부당하게 특별조사위 활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유혹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유족들도 진상을 규명해가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분명하게 제시하되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격하기 쉬운 감정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특별조사위 활동을 지켜봤으면 한다.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 과정과 성패는 우리 사회에 또 한 번의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갈등과 진통 속에도 여야가 유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의를 이끌어 냈듯 특별조사위의 성공적인 진상규명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어이없는 안전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여야 정치권은 한시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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