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병호
"복덩이 아들에게 챔프반지 선물을"
삼성 진갑용
"마지막 KS될 수도 유종의 미 거두겠다"
넥센 강정호
"팀에 우승 안기고 홀가분히 해외로"
9개 구단 중 2개 팀, 54명만 설 수 있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무대. 꿈 같은 ‘가을의 고전’을 치르는 삼성과 넥센 선수들은 각자 저마다 특별한 사연 하나씩을 갖고 있다. 어느 팀이 이겨도 얘기 거리가 풍성한 올해 한국시리즈는 ‘사연 시리즈’다.
50홈런포를 쏘아 올린 신구 거포 이승엽(38ㆍ삼성)과 박병호(28ㆍ넥센)는 우승해야 하는 이유가 남다르다. 이승엽은 2001년 한국시리즈 종료 후 느꼈던 비참함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삼성은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지만 두산에 시리즈 전적 2승4패로 패해 창단 첫 우승이 좌절됐다. 그 때 이승엽은 3번 1루수였다.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패하면 정규시즌 우승의 영광은 그대로 묻힌다”며 “2010년에 정말 비참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52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고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경험하고 있는 박병호는 지난 8월 태어난 ‘복덩이’ 아들에게 우승 반지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또한 이번 한국시리즈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선수들도 있다. 베테랑 포수 진갑용(40ㆍ삼성)은 “다른 친구들은 또 기회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마지막 한국시리즈일 수도 있다”면서 “7번째 우승 반지를 꼭 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구단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현역 은퇴를 고려 중이다. 시즌 초반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지난달 1일에서야 1군에 복귀한 그는 한국시리즈 승부처에서 교체 출전해 특유의 안정감 있는 투수 리드를 뽐내고 있다.
거포 유격수 강정호(27ㆍ넥센)는 팀에 우승을 안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겠다는 각오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결승포를 쏘아 올리며 팀 내 최고 영웅으로 자리했다. 강정호는 우승을 위해 엄지손가락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은 백업 선수들에게도 이번 한국시리즈는 간절하다. 삼성 외야수 김헌곤은 20대 청춘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맞았다. 올해 우리 나이로 27세인 그는 내년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단 전형을 진행 중이다. 주전 중견수 박해민(24)의 부상으로 역할이 더욱 커진 김헌곤은 챔피언 반지를 끼고 군 복무를 마치는 꿈을 품고 있다.
내달 결혼을 앞둔 넥센 외야수 박헌도(27)는 예비 신부에게 결혼 선물로 우승 반지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2009년 입단한 뒤 1군보다 2군에 머문 시간이 길었던 박헌도는 지난해 TV로 팀의 준 플레이오프를 지켜봤지만 올해 그토록 바랐던 가을 야구에 동참하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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