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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난 그들, 쉽게 보낼 수는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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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난 그들, 쉽게 보낼 수는 없기에

입력
2014.11.0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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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 없던 달빛요정·마왕 떠난 날 이유 모를 눈물이 쏟아졌다

쉽고 빠른 추도에 대한 부끄러움일까?

2010년 11월 6일 뇌출혈로 사망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오른쪽)과 올해 10월 27일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세상을 떠난 신해철.
2010년 11월 6일 뇌출혈로 사망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오른쪽)과 올해 10월 27일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세상을 떠난 신해철.

2010년, 그러니까 4년 전이다. 그 해 11월 6일은 토요일이었다. 트위터의 알람 소리에 깼다. 아마 아침 9시 정도였을 것이다. ‘이진원 씨가 영면하셨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란 이름의 음악가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을 꺼내 입고 여의도에 마련된 빈소에 갔다. 토요일 오전이라 사람도 적었고, 기자들도 몇 명 없이 한산했다.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묵념을 하고 빈소를 나와 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한산한 주변을 바라봤다.

사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과는 일면식도 없었다. 그저 그 음악을 좋아했다. 그의 데뷔 앨범은 2003년에 발표되었다. 신촌에 있는 향음악사에서 (누구의 어떤 음악인지도 모른 채) 그 앨범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었다. 듣고 또 들었다. ‘절룩거리네’와 ‘스끼다시 내 인생’과 ‘361 타고 집에 간다’가 특히 좋았다. 그날, 2010년 11월 6일은 내게 중요한 날이었다. 해가 지날수록 깨닫는다. 빈소 앞에 혼자 앉아 바라보던 그 비극적이고 한산한 풍경이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잠시 앉았다가 병원에서 나왔는데, 그 다음엔 어디서 뭘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사라진 저녁, 나는 차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그 감정이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울었다. 그리고 다음날 송파구에 마련된 빈소에 들렀다. 평일의 점심때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기자들도 몇뿐이었다. 정문 앞에 설치된 방송 카메라를 피해 빈소에 들러 국화를 놓았다. 신해철과는 일면식도 없었다. 언젠가 한 번은 만나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다. 올 초 신해철과 그의 음악과 ‘우리’ 세대에 대한 생각을 나름의 글로 정리해보던 참이라 그의 죽음은 충격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계속, 그날 저녁에 왜 그렇게 울었던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아직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고 있다. 나는 트위터를 쓰지 않는데도 가끔 들어가 그가 남긴 글을 보곤 한다. 꽤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사실 매우 이상한 일이다. 세상에 없는 사람의 말을, 박제된 어떤 찰나의 순간을 훔쳐보다니 죄책감도 든다. 하지만 그 연을 끊는 게 쉽지 않다. 사실 나는 음악에 대해 말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주제에 이런 죽음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그저 잊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할 뿐이다.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상에서 갑자기 사라진 사람을 기다렸다는 듯이 추도하는 어떤 ‘인스턴트’에 대해서.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끄러움 이후의 삶이란 대상이든 자신이든, 기어코 쉽게 소비하지 않을 때 의미가 생길 것이다. 요컨대 애도란 ‘슬픔의 매뉴얼’을 따르는 게 아니라 그때마다 배워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마왕과 요정(하필 둘의 별명도 이렇다)에 대해 일단은 이렇게 생각한다.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고 애쓰는 수밖에 없다.

대중음악평론가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스끼다시 내 인생' 노래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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