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개봉한 영화 ‘부당거래’에는 경찰 광역수사대 팀장(황정민 분)이 검사(류승범 분) 앞에서 속옷 차림으로 잘못을 비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는 경찰이 대통령까지 나서 검거를 강조하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면서 벌어지는 검찰과 경찰의 횡포와 갈등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검사에게 약점을 잡힌 경찰이 자신이 살기 위해 비굴하게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선 경찰들은 이 영화를 최악의 영화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경 관계를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게 묘사했다는 게 이유다. 경찰교육원은 지난달 23일부터 열흘간 전국 경찰관 6,1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당거래가 1,187표(18%)를 얻어 최악의 영화로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최악의 영화 2위는 경찰 비리를 희화화한 ‘투캅스’(11%)가 꼽혔고, ‘끝까지 간다’ ‘7번방의 기적’ ‘추격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최고의 영화로는 2003년 개봉한 ‘와일드카드’(1,193표ㆍ19%)가 뽑혔다. 와일드카드는 배우 양동근과 정진영 등 열혈 경찰들이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경찰들은 “감찰조사나 소송에 휘말리게 되니 총은 절대 쏘지 마라”며 충고하는 선배 형사의 모습과 “칼은 나눠 맞으면서 사는 거야”라는 형사 반장의 대사를 각각 명장면, 명대사로 선정했다. 영화 ‘공공의 적’(15%)과 ‘살인의 추억’(9%)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공공의 적에서 강철중 형사를 맡은 설경구는 22%의 지지를 얻어 경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배우로 뽑혔다. 양동근(11%)과 살인의 추억 주인공인 송강호(9%)가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최고의 여자배우에는 영화 ‘감시자들’에서 탁월한 기억력과 관찰력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한효주(25%)가 선정됐고, 배우 전지현 하지원 고현정 등도 경찰 역할을 잘 소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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