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과학자 나준희 연구원, 젤 소재에 온도 변화 줘 입체 구현
의료용 미세로봇 등 활용도 클 듯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익히고 즐길 수 있는 종이접기가 로봇을 비롯한 첨단기술 연구개발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평면을 입체로 바꾸는 종이접기의 특성이 3차원 구조체 제작에 결정적인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 한인 과학자가 종이학 접는 방식을 응용해 만든 미세 로봇을 연구논문으로 공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고분자공학과 리안 헤이워드 교수팀의 나준희 박사후연구원이 종이학 접는 방식을 응용해 하이드로젤 성분의 얇고 평평한 소재를 온도 변화만으로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3차원 구조체로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나 연구원은 하이드로젤에 약간의 화학적 변화를 줘 온도변화에 따라 부피가 늘었다 줄었다 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얇은 시트 형태로 만든 다음 아래위에 학을 접을 때 종이 위에 나타나는 선들의 패턴을 새겨 넣은 플라스틱 필름을 붙였다. 이 상태에서 온도를 변화시키면 하이드로젤이 부풀면서 필름에 새겨진 패턴의 크기와 모양 등에 따라 전체가 다양한 각도로 접히거나 꺾이면서 입체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를테면 온도를 40도 이상으로 올리면 평평한 모양을 유지하고, 20도 안팎으로 낮추면 패턴에 따라 접혀 학처럼 변신한다.
나 연구원은 “간단한 외부 자극만으로 특정 형태를 구현하고 필요에 따라 원래 형태로 되돌릴 수 있으며, 패턴에 따라 복잡한 입체 구조 제작도 가능해 다양한 마이크로 로봇 개발에 활용도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혈관이나 장기 내부에 넣는 의료용 미세로봇 제작에 응용 가능하다”고 나 연구원은 덧붙였다. 상처에 붙여두면 딱지가 생기지 않고 치유되는 습윤밴드의 주성분인 하이드로젤은 일부 고분자 물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물이라 인체에 거의 해가 없다.
종이접기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한 평면 구조를 쉽게 복잡한 입체 구조로 바꿨다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물을 만드는 재료로 지금까지 산업계나 학계에선 보통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했는데, 작게 만드는 덴 한계가 있고 원래 모양으로 한번 돌아간 뒤에는 재변형이 불가능한 데다 인체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다양한 재료에 적용 가능한 종이접기 기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3차원 프린터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종이접기 응용 가능성은 더 넓어지고 있다.
나 연구원은 “기하학을 깊이 이해하지 못해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간단한 종이접기에서 힌트를 얻어 실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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