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해외사업 점검… 보류" 현지 공정 60% 상태로 수개월 방치
학교 건립 취소되면 국제 망신 살 듯
경기도교육청이 농협, NGO단체와 함께 아시아 최고 빈곤국가 중 한 곳인 라오스에 학교를 지어주다 갑자기 예산지원을 중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교육청은 해외 지원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위해 잠시 보류한 것이라고 밝힌 반면 NGO단체는 교육감이 바뀐 후 관련 예산을 다른 곳에 쓰려고 사업을 중단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신축 중이던 학교는 5개월 가량 사업비 지원이 끊기면서 60% 공정률 상태로 수개월째 방치돼 있다.
6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과 NH농협 경기지역본부, (사)나눔문화예술협회는 지난해 4월 ‘국제교류협력 해외지원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라오스 학교 건립, 물품 지원 등을 추진해왔다. 이들은 지난해 라오스 시앙쾅주 캉카이 중ㆍ고교를 건립한 데 이어 올 초부터는 후화판주 벤통시 오지마을에 탐라 중ㆍ고교(2층ㆍ연면적 900여㎡) 건립을 추진해왔다.
탐라중ㆍ고교 건립은 농협이 기여사업의 일환으로 도교육청 등과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사업 총괄은 도교육청이, 예산은 농협이, 현장 실무는 나눔협회가 맡았다. 학교 부지는 벤통시가 무상으로 제공했다.
농협은 도교육청과 협의해 5월27일 전체 학교건립비 1억8,000만원 가운데 5,000만원을 1차분으로 나눔협회에 보냈고, 이후 공정률이 30%씩 추가될 때마다 나머지 1억3,000만원을 4,000만~5,000만원씩 3차례로 나눠 송금키로 했다.
그러나 탐라 중ㆍ고교 공정률이 60%에 이르도록 농협으로부터 약속된 2차례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탐라중ㆍ고교는 현재 2층까지 건물 골조 작업만을 마친 상태로 공사가 중단됐다.
나눔협회 관계자는 “공정률 30%에 이어 60% 때에도 공사비가 지원되지 않아 농협에 확인해 보니 교육청 지시로 학교건립 지원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라오스 정부에서 학교 건설을 위해 길까지 정비해줬는데 학교 건립이 취소되면 국제적인 망신을 사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도교육청이 라오스 학교 건립 예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테니 예산을 달라고 농협에 요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라오스 학교 건립 사업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해외 지원사업 전반에 대해 적정성 점검을 위해 보류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해외 지원사업 관련 단체들이 영수증 처리 등을 규정대로 하지 않는 등 문제점이 있어 점검 차원에서 예산 지원을 잠시 보류한 것”이라면서 “농협이 집행하는 관련 예산을 도교육청에 달라고 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 관계자는 “도교육청이 예산 지원을 중단토록 한 것은 맞다”면서도 도교육청이 관련 예산을 자신들에게 달라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입장이 난처하다”면서 답을 피했다.
농협은 다음주 중으로 도교육청, 나눔협회 담당자들과 협의에 나서 예산 사용 등에 대해 결정할 방침이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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