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시즌을 마친 겨울 LG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택근(34)은 주저 없이 친정 넥센으로 돌아갔다. 50억원을 안겨 준 넥센이 구체적인 제시액 없이 ‘빙빙 돌던’ LG보다 화끈했던 건 사실이지만 선수로서 제반 환경을 고려하면 대기업에서 구멍가게로 이사를 자청한 이택근의 선택은 파격적이었다. 조언을 구했던 지인들도 하나 같이 만류했다. 하지만 이택근은 “나를 진짜 필요로 하는 구단, 가족처럼 편하게 야구할 수 있는 곳에서 뛰고 싶다”고 잘라 말하며 넥센 구단의 배경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심지어 “설령 돈을 다 못 받아도 상관 없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넥센은 ‘선수를 팔아 연명하는’ 구단 이미지를 지우지 못했다. 2010년 LG로 트레이드 됐던 이택근도 그 대상 중 한 명이었다. 3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간 이택근은 넥센이 영입한 외부 FA 1호 선수가 됐다. 이택근이 가세한 넥센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변하기 시작했다. 현대 주축 선수 출신이자 중고참인 이택근은 선수단의 리더 역할을 했고, 개인 성적도 지난해 타율 2할8푼7리에 9홈런, 66타점, 올 시즌 3할6리에 21홈런, 91타점으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했다.
무엇보다 이택근의 깜짝 복귀는 넥센에 대한 야구계의 이미지를 180도 바꿔 놓았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넥센이 서서히 손익 분기점을 돌파해 안정 국면에 접어들 시기였지만 그때까지도 야구인들은 이장석 대표를 바라보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택근의 복귀 이후부터 지금까지 넥센을 바라보는 타 구단 선수들의 눈빛은 ‘부러움’으로 바뀌고 있다.
이택근은 3년 만에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 놓으며 뜨거운 가을을 보내고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주장으로 힘든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해 주는 (이)택근이에게 늘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한다.
신인이던 2003년과 2004년 현대의 우승 멤버였던 이택근은 그때만 해도 멋모르고 야구하던 시절이었다. 남다른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이택근은 “개인적인 세 번째 우승보다 넥센의 첫 우승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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