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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칠면초(七面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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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칠면초(七面草)

입력
2014.11.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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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해
김승해

김승해 作

더는 길이 없다고 느껴질 때

늦가을 순천만에 가보라

갈대바람 사이로 거룻배를 띄우고

뻘밭을 건너면

닿을 곳이 있을까 덜컥 두렵기도 하겠지만

마침내 천지사방 길을 내는

칠면초, 그 붉은 땅에 가 닿을 것이다

칠면초 붉은 길들은

면면의 제 이름을 부르는데도 한 생이 짧아

한 자리에서

거듭 일곱 번 몸 바꾸는데

그 길의 뿌리 하나

막 이 몸으로 건너와

늦은 단풍지는 순천만, 와온의 바다

잠긴 것들이 얼굴 드러내듯

길은 그렇게 온다

※칠면초: 바닷가 갯벌에서 자라며 점차 붉은빛이 돌며

일곱 가지 빛깔로 변하는 명아주과의 한해살이풀.

※와온: 뒷산이 소가 누워있는 형상.

시인 소개 김승해는 1971년 대구에서 나고 자랐으며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 되어 등단.

해설

우주의 블랙홀과 화이트홀 사이에 웜홀(wormhole)이 있듯이 지구에도 바다와 육지의 중간 형태인 갯벌이 있다.

와온 해변, 이곳에는 밀물과 썰물로 수평선과 지평선이 오갈 때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선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여기는 어느 누구도 절대자가 될 수 없고 정답과 오답을 분별하는 괴로움이 사라진 삶의 여백이다. 더불어 일곱 번 다시 피어나는 칠면초의 그 생명력은, 지금 이 자리가 정확히 내 자리임을 느끼고 깨닫게 한다. 성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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