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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관계의 비정상

입력
2014.1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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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중지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2차 고위급 접촉을 사실상 무산시켰다. 북측 실세 3인방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가함으로써 극적으로 되살아난 남북대화의 불씨가 대북전단문제로 다시 사그라졌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기싸움을 펼치다 대화의 문을 열지도 못하고 판이 깨질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 판이 깨지면 새로운 대화의 판을 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남측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지난 2월 고위급 접촉에서 상호 비방중상 중지를 합의했기 때문에 대북 전단살포를 중지해야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북전단문제를 2차 고위급 접촉에서 의제로 다룰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북측이 이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을까? 한편으로는 기존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새로운 합의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행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북전단 살포중지요구를 통해서 남측의 대화의지를 시험해본 것으로 보인다. 남측 당국이 일부 보수진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단살포를 중지시키고 2차 고위급접촉에 나올 경우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다고 판단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북전단처리문제를 2차 고위급접촉의 척도로 보고 이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보내는 문제를 협의하던 실무접촉이 깨져 응원단 참가가 무산됐지만, 이후 폐막식에 고위급 3인방이 내려와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이번의 경우도 전단살포문제로 예정된 기간에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지 못했지만, 북측이 또 다른 반전카드를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는 2차 고위급 접촉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선언했지만, 북측은 아직까지 공식으로 합의파기를 선언하지 않았다.

올해 남북한이 관계를 복원하지 못하면 양측 모두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연초부터 남측은 통일대박론을, 북측은 중대제안을 내놓고 관계복원을 모색했다. 박근혜 정부는 드레스덴선언을 통해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생인프라 구축 및 동질성 회복 등 3대 제안을 했다. 8·15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환경, 민생, 문화 분야에서 ‘작은 통로’를 열 것을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는 급변사태론에서 탈피하여 평화통일 구상과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를 실천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복원하지 못할 경우 모든 책임을 북측에만 떠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도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중요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국방위원회 중대제안과 특별성명, 공화국 성명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강하게 희망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지 못할 경우 김정은 제1비서의 리더십에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대외관계 확장노력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 복원이 이뤄지지 못하면 남이나 북이나 모두 그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며 비난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지금 북측 수령의 부하들은 “삐라살포행위를 최고존엄에 대한 가장 엄중한 도전”이라며 최고지도자의 국정목표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가로 막고 있다. 남측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대북 전단살포를 방치하고 있다. 결국 한 개인이나 단체가 남북관계 개선 여부를 좌우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대북전단과 남북대화는 양립하기 어렵다. 북측도 대북전단을 탓하기에 앞서 남측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난을 중지해야 한다. 서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대화가 성립될 수 없다. 대북전단문제가 핵, 미사일, 남북교류협력 등 남북 현안을 압도하는 ‘비정상’은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초코파이에서 확인했듯이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들어가는 물품들이 훨씬 위력이 큰 ‘또 다른 형태의 대북전단’일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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