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좌우놀이’vs 넥센 ‘정공법’…상반된 투수 운용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게 약하다.’ 야구 팬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야구계 속설이다. 승부처 순간 왼손 투수가 왼손 타자 타석 때 나오면 오른손 타자를 대타로 내보내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른바 ‘좌우놀이’다.
통합 4연패를 노리는 류중일 삼성 감독은 넥센의 강타선을 봉쇄하기 위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투수 12명을 넣었다. 넥센보다 2명이 더 많다. 지난 4일 1차전에서 류 감독은 불펜 운용을 상대 타자의 위치에 따라 했다.
선발 밴덴헐크가 내려간 7회 1사 이후 왼손 서건창 타석 때 좌완 차우찬을 올렸고, 사이드암 심창민은 8회 오른손 김민성부터 이어지는 공격을 막고자 내보냈다. 9회에는 왼손 권혁과 오른손 배영수를 잇달아 올려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8회 오른손 박병호 타석부터 오른손 안지만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안지만은 등에 담 증세를 호소하는 바람에 차우찬을 끌고 가다 강정호에게 2점 홈런을 맞은 것이다. 부상 변수를 제외하면 류 감독의 ‘좌우놀이’는 효과적이었다.
반면 염경엽 넥센 감독은 플래툰 시스템을 신봉하지 않는다. 넥센은 10명의 투수 가운데 선발 요원 밴헤켄과 오재영을 제외한 8명이 오른손이다. 마땅한 왼손 투수가 없는 팀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지만 염 감독은 “왼손 투수라고 해서 다 막는 것은 아니다”며 “더 중요한 것은 왼손을 상대할 줄 아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오른손 조상우는 좋은 대안이다. 그는 1차전에서 2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승리 투수까지 됐다. 150㎞의 빠르고 묵직한 구위에 삼성의 좌타 라인 이승엽-박해민 그리고 대타 우동균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조상우는 정규시즌 중에도 오른손보다 왼손에 강했다. 오른손 상대 피안타율은 2할3푼5리인 반면 왼손은 2할에 불과하다. 특히 삼성을 상대로는 네 차례 나가 4.1이닝을 실점 없이 막고 홀드 2개를 챙겼다. 또 삼성의 중심 타선 채태인(1타수 무안타), 최형우(1타수 무안타), 이승엽(3타수 무안타)을 철저히 틀어막았다.
삼성과 넥센의 상반된 투수 운용. 야구계 속설이 맞는지, 속설을 깨트리는지 한국시리즈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김지섭기자 onion@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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