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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렸지만 불통 리더십 오바마에 민심은 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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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렸지만 불통 리더십 오바마에 민심은 등 돌렸다

입력
2014.11.0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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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경기 경제지표와 큰 차이… 국정운영 방식 외고집에 실망

공화, 중도 성향 참신한 후보 발탁… 스마트폰 통해 유권자 성향 파악

2014 미국 중간선거 상원/2014-11-05(한국일보)
2014 미국 중간선거 상원/2014-11-05(한국일보)
AP 연합뉴스
AP 연합뉴스

경제를 살려내면 대통령 허물도 덮어주던 미국인들이 4일 중간선거에서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예상대로 공화당이 승리한 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불통’도 적잖게 작용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 인기가 바닥까지 내려간 유리한 여건에 안주하지 않고, 중도 성향의 참신한 인물을 내세우는 한편 민주당을 압도하는 선거전략을 펼치는 방법으로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중간선거 전략은 경제에 집중됐다. 우크라이나와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 대응에는 서툴렀지만,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타고 있는 미국 경제는 집권당으로서는 최대 호재였다. 일본ㆍ유럽을 압도하는 높은 경제성장률(3.5%), 최근 4년간 절반으로 떨어진 실업률(10%→5.9%), 2000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내려간 휘발유 가격(갤런당 2달러대) 등 직전 공화당 정권이 망친 경제를 제 궤도에 올려 놓은 걸 내세우면 어느 정도 표심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 유권자들은 피부에 닿지도 않는 경기지표보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분노를 터뜨렸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인의 68%가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한 것이 보여주듯, 극렬한 대결보다 정치권에 대화와 타협을 요구하는 민심이 집권 세력인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패배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것도 공화당에게는 ‘절대로 질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2012년 대선에서는 흑인(66.2%) 투표율이 미국 선거 역사상 최초로 백인(64.1%)보다 높았다. 그러나 지지율이 41.5%까지 떨어질 정도로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한 이번 선거에는 흑인과 히스패닉 등 민주당 성향 유권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40~45% 수준이던 과거 중간선거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후보 개개인의 경쟁력도 공화당이 민주당을 앞섰다. 워싱턴 소식통은 “경합주로 분류된 13개 주의 경우 민주당은 10개 주에서 현역 의원이 재출마하거나 은퇴한 의원의 영향권 아래 있는 후보가 나섰으나, 공화당은 아이오와, 아칸소, 웨스트버지니아 등에서 참신하면서도 중도 성향의 후보를 내놔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은 또 2010년 중간선거 때 후보들의 잇단 실수와 추문으로 선거를 망쳤던 걸 교훈으로 삼아 철저하게 내부 단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선거에서는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도전에 나선 토드 아킨 후보는 ‘합법적 강간’이라고 말실수 한 것이 화제가 돼 전체 선거판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번에는 그런 대형사고가 터지지 않았다. 공화당 중앙 본부가 지역별 유세 상황을 챙기며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지난 8월 캔자스주의 패트 로버트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자, 워싱턴에서 직접 전문가를 보내 현지 참모진을 물갈이하고 대대적 물량공세로 국면을 전환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공화당은 2012년 대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 받은 ‘디지털 선거전’에서도 이번에는 민주당에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에 비해 공화당은 스마트폰을 통해 개별 유권자의 정치성향은 물론이고 출퇴근 시간과 식사행태 등을 모두 파악해 ‘일대일’ 맞춤 선거 홍보에 주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 맞춰 ‘타겟티드 빅토리’(Targeted Victory)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개별 유권자의 스마트폰과 인터넷 화면에 맞춤형 선거문구를 내보냈다. 민주당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긴 했지만 기능이나 효과에서 공화당에 뒤졌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공화당이 집행한 선거광고 물량(지난달 23일 현재)은 19만건으로 민주당(20만9,000건)에 뒤졌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유권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최대 접전지 중 하나인 아이오와주에서 첫 여성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조니 어니스트 후보 진영의 제프 패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선거 내내 민주당 진영보다 선거자금 집행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앞서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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