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국내 최고의‘부자 구단’, 넥센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벤처 구단’이다. 하지만 오너들의 야구 사랑과 열정은 돈으로 비교할 수 없다.
삼성은 대표적인 야구가(家)다. 이건희(72) 그룹 회장이 투병 중이던 지난 5월 이승엽(38)의 홈런소식에 병상에서 눈을 번쩍 떴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에 장남 이재용(46) 부회장이 삼성 야구단에 “선수들이 너무 잘해 감사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삼성은 1985년 전ㆍ후기 통합 우승 이후 2001년까지 우승에 목말라 있었다. 매머드 기업다운 재력을 밑천으로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도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2002년 LG와 극적인 승부 끝에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명실 상부한 야구 명가로 자리 잡았다.
삼성의 급성장엔 이 부회장의 세심하고도 전폭적인 지원이 큰 몫을 차지했다. 미국 유학(하버드 케네디스쿨) 시절부터 야구를 즐긴 그는 2012년 SK와 한국시리즈 5차전을 직접 관전한 후 선수단을 찾아 금일봉을 전달하기도 했다. 삼성이 6차전에서 우승하기에 앞서 보너스를 선불로 돌린 것이다. 이 부회장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지원해주라는 ‘특명’을 내렸으며 2011년 정규시즌 경기엔 예고 없이 방문해 선수들에게 태블릿 PC 50대를 나눠줬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직관’을 하는 날이면 삼성이 승리한다고 해 승리의 아이콘으로 야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두산과 한국시리즈 3, 5차전을 관전했는데 삼성은 이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역전 우승의 토대를 마련했다.
10년 만에 삼성과 한국시리즈 리턴매치를 벌이고 있는 넥센의 이장석(48) 대표이사도 야구를 향한 열정이 이 부회장 못지않다.
더구나 넥센의 전신 현대 유니콘스는 2004년 삼성과 만나 9차전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한 추억이 있는 팀이다. 고(故) 정몽헌 구단주와 김용휘 사장, 정재호 단장, 김재박 감독으로 꾸려진 라인업은 프런트와 현장의 유기적인 시스템 야구를 개척한 선구자였다. 재정적으로도 탄탄했다. 현대의 후예들인 선수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구단은 넥센 히어로즈로 이름이 바뀌었다. 2008년 해체한 현대 선수들을 모아 재창단한 이 대표는 한때 “헐값에 구단을 되팔려 한다”는 의심과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야구단을 갖고 싶어했다. 실제로 매년 200억원의 운영비가 소요되는 야구단을 모기업 없이 운영하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초창기엔 자금난에 시달리며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 해 그를 바라보는 의혹의 시선은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 때마다 “야구단이 모그룹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할 수 있는 새로운 롤 모델을 만들고 싶다”면서 메인 스폰서와 서브 스폰서 유치만으로 야구단 경영을 감당해 왔다. 절치부심 끝에 지난해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자 이 대표의 진정성이 야구계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취약한 저변에도 꿋꿋이 버티는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과 비교됐다. 2009년 이 대표는 5년 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챔피언까지 이제 3승이 남았다. 야구라면 열 일 제쳐두는 오너들의 화끈한 장외 대결이 더욱 볼 만해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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