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통치 위협세력으로 판단
종교 자유 인정하지만 당원은 금지
기독교 신자 年10% 늘어 1억명
세력 확산에 위기감 반영된 경고
중국 공산당이 종교에 심취한 일부 당원들을 적발해 그 사실을 관영 언론을 통해 이례적으로 공표했다. 중국공산당은 ‘종교를 민중의 아편’이라고 보고 당원들이 종교를 믿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신앙인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산당이 이를 공표했다는 것도 경고이자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지방 암행 조직인 ‘중앙순시조’(中央巡視組)는 올해 두 번째 지방 감찰을 마친 뒤 제출한 보고서에서 “저장(浙江)성 일부 지역 소수 당원들이 종교 활동에 참여하고 종교를 믿었다”고 밝혔다고 인민망(人民網)이 5일 전했다. 중앙순시조가 당원들의 신앙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2002년 ‘종교 공작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의 결정’에 따르면 공산당원은 종교를 믿어선 안 된다. 당은 당원 간부들이 공산주의 신념을 견지할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 종교에 심취한 경우엔 당원의 자격을 잃게 된다. 특히 직권을 이용해 신앙을 조장한 때에는 엄중하게 처리된다.
종교를 믿는 공산당원이 적발된 곳이 저장성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중국은 지난 4월 ‘동방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리는 저장성 원저우(溫州)시 융자(永嘉)현의 싼장(三江)교회를 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 철거한 바 있다. 당시 철거에는 1,000여명의 무장 경찰들도 동원됐다. 당국은 신축 건물과 십자가가 건축법을 위반했다는 철거 이유를 내 세웠지만 실제로는 기독교 세력이 확산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당국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원저우는 900여만명의 인구 중 100여만명이 기독교 신자로 알려졌다.
중국은 겉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관제 종교 단체들만 인정하며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의 경우 ‘기독교의 중국화’가 목표인 중국기독교삼자(三自)애국운동위원회를 통해서만, 천주교도 천주교애국회를 통해서만 신앙 생활을 하도록 하고 있다. 삼자란 자치(自治) 자양(自養) 자전(自傳)을 뜻한다. 교황청의 주교 임면권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기독교 세력이 반(反) 공산당 정치 조직으로 성장, 공산당 통치를 위협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중국 사회주의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기독교를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도 강하다. 사회주의 사상 이념 통일에도 방해된다. 주웨이췬(朱維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민족종교위원회 주임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공산당원이 신앙을 갖게 되면 공산당은 사분오열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이 과연 기독교 세력의 성장을 막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종교청서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기독교 신자 수는 2,305만여명이다. 그러나 무허가 지하 교회와 가정 교회 신자 수까지 합칠 경우엔 1억명도 넘을 것이라는 게 종교계의 추산이다. 매년 신도 수가 10%씩 늘고 있어 2025년이면 1억6,000여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산당원(8,668만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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