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가정 아동 42%가 "돈이 없어 배고픔 참아 봤다"
결핍지수 OECD 중 최고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에
전북에 사는 아홉 살 진원(가명)이는 석 달째 식은 밥에 김만 싸서 끼니를 때운다. 그나마 쌀도 많지 않아 거의 매일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라면을 끓여 먹는다. 요금을 못내 도시가스도 끊긴 진원이 삼남매는 급식을 먹지 못하는 방학이 두렵다. 아버지는 공장일로 월 120만원 가량 벌지만 이혼한 어머니의 도박 빚을 갚기도 벅차다. 허름한 방 두 칸짜리 집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했다.
우리나라 빈곤가정 아동의 절반 가량은 먹을 것이 떨어졌는데도 돈이 없어 배고픔을 참았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인 빈곤가구 아동의 42.2%가 돈이 없어 먹을 것을 사지 못하는 ‘식품빈곤’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18세 미만인 아동을 양육하는 4,007가구(빈곤가구 1,499가구 포함)를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다. 전국 빈곤가구 아동은 37만6,000여명(2010년 기준)인데 이 가운데 15만8,000여명이 1년간 적어도 한 차례 이상 가정에서 바닥난 쌀독이나 빈 반찬통을 본 셈이다. 전체 아동 중에서는 8% 정도가 식품 빈곤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빈곤가구 아동의 21.9%(기초수급 12.1%ㆍ차상위 9.8%)가 식품빈곤으로 한 차례 이상 굶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아동의 절반(51.2%)은 주 3회 이상 라면이나 햄버거 등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아동은 먹는 것뿐만 아니라 성장에 필요한 물질적ㆍ사회적 기본조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아동결핍지수’는 54.8%로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하루 세끼 섭취’, ‘교과서 이외 도서 보유’ 등 14개 항목에서 아동이 2항목 이상 ‘아니오’라고 답한 비율을 측정한 것이다. 아동결핍지수가 높을수록 아동 성장에 필요한 기본조건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며, 한국은 두 번째로 높은 헝가리(31.9%)와도 큰 차이가 난다.
항목별로 보면 ‘취미생활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52.8%로 가장 높았고, ‘자전거 등 야외활동 장비 부족’(26.1%), ‘생일 등 가족행사 부족’(22.4%)이 뒤를 이었다. ‘하루 세끼를 못 먹음’(12.1%)과 ‘매일 과일ㆍ채소 섭취 부족’(19.7%)하다는 아동도 많았다.
우리나라 아동이 느끼는 삶의 만족감도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OECD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1위인 네덜란드(94.2점)와 비교하면 무려 33.9점이나 낮고, 우리보다 한 순위 높은 루마니아(76.6점)보다도 16점 낮다. 아동들의 ‘불만족’에 영향을 끼친 요인에는 학업 스트레스가 가장 컸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아동의 스트레스 수치(4점 기준)에서는 ‘시험(숙제) 때문에’가 2.5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성적(2.3), 입시(2.2) 순이었다.
복지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1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15~2019년)’을 수립,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이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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