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弗=113엔대로 7년 만에 진입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수출주 타격
코스피 급락, 원ㆍ달러 환율 급등
브레이크 없는 엔저에 국내 금융시장이 연일 휘청대고 있다. 원ㆍ엔 환율은 6년 만에 100엔당 950원 선이 붕괴됐고, 코스피는 또다시 1% 가까이 하락했다. 일본 양적완화 기조가 계속되리란 전망 속에 공포감도 더 커지는 양상이다.
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오후 3시 로이터 기준)은 전날(112.70엔)보다 0.59% 오른 113.36엔을 기록했다. 엔화 환율이 달러당 113엔을 넘어서기는 2007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전격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달 30일(109.10엔)과 비교하면 3거래일 만에 환율이 3.8%나 상승했다. 특히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114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엔저의 공습에 원ㆍ엔 환율 역시 추락(원화 강세)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달보다 3.90원 오른 1,076.50원에 마감했다. 엔저로 탄력을 받은 달러 강세의 영향이었다. 한때 1,080원선이 뚫리기도 했지만 차익실현 매물과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되면서 1,070원대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원ㆍ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9.46원을 기록,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940원대로 내려 앉았다.
증시 타격도 컸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78(-0.91%) 떨어진 1,935.19. 전날에 이어 현대차(-3.12%), 삼성전자(-1.46%), 기아차(-0.20%) 등 주요 수출주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특히 현대차는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 1조1,000억원 이상이 빠지며 SK하이닉스에 밀려 시총 3위로 내려앉았다.
엔화 가치는 당분간 내리막길을 내달릴 전망이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 조치는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달러 강세 추세 속에서 점진적으로 진행됐을 엔화 약세 효과를 미리 끌어다 쓴 셈”이라며 “당초 내년도 엔ㆍ달러 환율로 예상됐던 120엔 부근까지 엔저가 급속히 진행되다가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의 양적완화 드라이브가 유로존, 중국, 한국 등 경기회복이 더딘 국가들에 통화가치 절하 경쟁을 부추겨 자칫 ‘글로벌 통화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강달러를 감내해야 하는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 확대를 피하기 위해 주요 수출국에 통화절상 압력을 가하면서 한국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 교수는 “정치경제적 요건을 고려해볼 때 미국의 타깃이 될 한국, 일본, 중국, 독일 중 한국에 통화절상 압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진단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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