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음악극 '공무도하'
시가의 극적 상상력과 국악이 합작
백수광부와 아내 이별 장면 연출
서울시오페라단 '달이 물로 걸어오듯'
낯선 현대음악과 느와르 무대의 만남
창작 오페라의 독특한 작품으로 기대
음악과 극의 공존은 무대의 꿈이다. 그 꿈을 향해 두 편의 공들인 초연 작품이 오른다. 하나는 국악, 다른 하나는 서양 현대음악의 어법으로 새로운 무대 양식에 답한다.
국립국악원이 내놓은 음악극 ‘공무도하’는 한국 최초의 고대시 ‘공무도하가’를 연극적 상상력으로 복원한 작품이다. 강을 건너는 백수광부와 몌별의 통한에 울부짖는 아내를 그린 한국 최초의 시가 넉 줄에 극작ㆍ연출가 이윤택씨가 극적 상상력을 더했다.
“전생을 찾아 길 떠나는 이야기지요.”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이씨는 무대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한번은 만취에 아파트 주소를 잃어버리고 헤맨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을 발전시켜 상상력을 발휘했더니 자신의 전생이 나타나고 두만강 건너 강토 분단 60년의 세월과 조우한 다음 마침내 2,000년 전 고조선과 고구려, 대발해와 만났던 것이다.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이 작창하고 출연까지 하며 무대에 동참한다. 류형선 창작악단 예술감독은 작곡으로, 한명옥 무용단 예술감독은 무용감독으로 함께 하기로 했다. “가장 신성한 것은 시조창과 판소리로, 저승의 열명길은 범패로, 현실은 정가 등으로 형식화했어요.” 아리아나 코러스 등 서양적 장치는 아예 배제했다.
이씨는 “’공무도하’는 연극 너머, 우리 공연의 원형질로 향하는 스타일을 찾은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래서 이 무대가 장르적 집단이기주의를 깨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김혜숙 국립국악원 원장은 “올해 초 국악 대중화라는 화두를 잡고 그 답을 공연으로 보여주자 결심했는데 운 좋게 이윤택씨를 만났다”며 “그가 만든 극이라면 재미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21~3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공연에는 국립국악원과 국립부산국악원 등의 단원이 출연한다. (02)580-3038
서울시오페라단은 ‘달이 물로 걸어오듯’을 20~23일 세종문화회관 MT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시쳇말로 하면 서스펜스 심리 스릴러물쯤 되는 이 공연은 낯선 현대음악이 느와르 무대와 절묘한 합일을 이뤄 창작 오페라사에서 독특한 위상을 차지할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희곡 작가 고연옥과 작곡가 최우정의 짝패가 지난해 11월부터 오페라화를 위해 동명의 일본 연극을 두고 고민해 무대를 마련했다. 고씨가 2003년 완성, 극단 산울림이 2008년 초연한 연극은 아내와 함께 아내의 의붓어머니와 여동생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실화를 토대로 한다.
관심은 무대 전체를 장악할 음악의 힘이다. 제작 발표회장에는 2010년 일본에서 이 작품을 올린 연출한 사이토 리에코씨가 참석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음악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섬세한 내면의 미묘한 변화를 훌륭하게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최우정씨는 “현대인의 복잡한 심리문제에서 음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관습적 오페라 어법을 벗어나 말을 살려야 한다는데 가장 큰 무게를 두었다”고 했다.
고연옥씨는 “작가와 작곡가가 소통을 통해 이야기를 알아가려면 서로 절대적 믿음을 가져야 한다”며 “작곡가 덕에 한국적 리듬과 호흡이 선율로 살아났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언어 관습과 음악이 버성기기 일쑤인 대다수 오페라 무대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고씨는 이미 국립오페라단의 ‘처용’, 서울시 대표 창작 오페라로 자리 잡은 ‘연서’ 등 오페라 대본 쪽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지휘자 윤호근씨는 “각종 음악 기법을 망라해 심리를 충실히 표현한 최씨의 악보를 읽고 한국의 오페라와 뒤늦게 인연을 맺었다”며 “스쳐 지나가듯 나오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무대의 주제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정해욱 염경묵 등이 출연하며 17인조 오케스트라 피니(PINI)가 연주한다. (02)399-1783~6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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