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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동부 독자선거로 휴전협정 2개월만에 위기

입력
2014.11.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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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츠크·루간스크주 수장 선출, 의회 구성 등 분리 움직임 가속화

"민스크 합의 위반, 협정 재검토" 포로셴코 대국민연설 통해 비난

지난 2일 동부 지역에서 분리주의 반군들이 독자로 수장과 의원 선거를 실시해 우크라이나 총선 일정이 마무리 됐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자체 정부 수립을 위한 반군 세력의 선거 강행을 두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휴전 협정 파기를 경고하는 등 다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선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 루간스크주에서는 각각 친러시아 분리주의자인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와 이고리 플로트니츠키가 그들이 인민공화국이라고 주장하는 이 지역 수장으로 각각 당선됐다. 이들은 76%, 63%의 압도적 득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새 수장들은 친러 독립파 의원 100명으로 채운 의회와 함께 동부 지역의 분리ㆍ독립 움직임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대국민연설을 통해 “이런 사이비 선거들은 9월에 맺은 휴전협정(민스크 합의)의 중대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휴전협정의 핵심 요소를 폐지하는 것을 포함해 협정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방도 이 선거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거듭 확인했다. 미국의 버나뎃 미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미국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이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서 위법한 선거를 실시한 데 우려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외무부가 성명을 통해 이 엉터리 선거를 정당화하려 하는 점에 우려스럽다”라며 러시아가 민스크 합의 의무를 무시하면 경제 제재가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도 “반기문 총장은 이번 선거가 민스크 합의의 심각한 위반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런 반응에 발끈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번 선거를 비판하는 성명 발표를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채택이 무산됐다. 유리 세르게예프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안보리가 지난달 31일과 1, 2일 성명 작성을 논의했고 초안을 만들었지만 러시아가 가로막았다”라고 말했다. 비탈린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성명에 대해 “부적절하다”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치공화국으로 독립해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는 동부와 지난달 26일 총선에서 친서방 노선 정당들이 승리한 우크라이나 나머지 지역의 갈등은 갈수록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선관위원장은 3일 선거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앙정부는 돈바스(동부 지역)가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일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간스크인민공화국 플로트니츠키 수장도 “키예프 정부(중앙정부)는 우리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말했다.

중앙 정부가 동부 지역의 이 같은 독립 시도를 두고 볼 리가 없다. 상황이 악화하면 민스크 휴전 합의가 깨지면서 정부군과 반군 간의 무력 충돌이 더 커질 수 있다. 휴전협정 이행을 감시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2일 반군 점령 지역에서 발사된 대공포로 감시활동에 나선 무인기가 위협 받았다고 밝혔다. OSCE는 대공포 발사 위치로 볼 때 러시아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의 소행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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