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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빌리 빈’ 이장석의 꿈★은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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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빌리 빈’ 이장석의 꿈★은 이뤄질까

입력
2014.11.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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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석 넥센히어로즈 대표이사. 넥센 구단 제공
이장석 넥센히어로즈 대표이사. 넥센 구단 제공

'돈 없고 실력 없는'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구단으로 낙인 찍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이 같은 오명을 벗어 던지고 싶은 빌리 빈 단장은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를 영입해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머니 볼 이론'을 도입한다. 빌리 빈은 사생활 문제, 잦은 부상, 고령 등 선수에 대한 선입견을 부를 만한 요건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온전히 기록을 중심으로 외면 받던 선수들을 영입해 팀을 꾸렸다. 하지만 그의 구단 운영 방식에 팀 내에서 조차 “미친 짓”이라며 비난했고, 업계에서도 사기꾼 취급을 받으며 손가락질 당했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머니 볼 이론'을 현실에 적용했고, 수 년 만에 '돈이 곧 승리'라는 공식을 깨며 오클랜드를 강팀으로 바꿔놨다.

● 야구판에 사기꾼이 나타났다?

영화 '머니 볼'로 재구성돼 화제가 됐던 ‘빌리 빈 실화’는 지금 한국에서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48) 대표에 의해 재탄생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 역시 몇 년 전까지 '야구판 사기꾼'으로 불렸다. 이 대표는 지난 2008년 투자사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면서 야구판에 발을 들였다. 대기업이 아닌 투자사가 프로야구단을 창단한 것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당연히 그를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여기에 2008년 8월 메인 스폰서 우리담배가 철수하며 구단 운영은 위기에 봉착했고, 이 대표는 팀의 재정난 해결을 위해 장원삼(삼성 행), 이현승(두산 행), 이택근(LG 행) 등 주축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 형식으로 팔아 치워 수 많은 비난을 받았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기에 이 대표는 비난을 묵묵히 견뎌냈다.

2009년, 이 대표는 ‘2012년 손익분기점 돌파, 2014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당시 그의 말을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되레 "곧 팀까지 팔아 치울 것"이라는 비아냥이 돌아왔다. 이후에도 마일영 황재균 등 현금 트레이드 의혹을 부르는 핵심 선수 트레이드가 이어지며 '사기꾼'이미지는 더 굳어졌다.

● 결과로 말한 '빌리 장석'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LG에 승리한 넥센 염경엽 감독이 이장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LG에 승리한 넥센 염경엽 감독이 이장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핵심 선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팀은 힘을 쓰지 못했다. 2010년 7위, 2011년 8위, 2012년 6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을 맴돌았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이 대표는 김시진 감독을 해임하고 2011년부터 작전주루를 맡았던 염경엽 코치를 제3대 감독으로 임명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아니고 지도자로서 이렇다 할 성과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염 감독이었지만, 이 대표는 감독 후보군들을 차례로 면담하고, 구단의 여러 사람의 의견을 취합한 뒤 고심 끝에 염 감독을 뽑았다.

염 감독은 결과로 말하며 이 대표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넥센은 염 감독 부임 첫 해인 2013년 팀을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고, 2014 정규시즌에는 MVP 후보만 무려 4명(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밴해켄)을 배출하며 2위에 올랐다. 특히 이 네 선수의 기량은 염 감독 체제 하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기에 결과는 물론 과정에 대한 찬사도 잇따랐다. 이 대표의 실속 있는 영입 속에 젊은 선수를 육성, 점진적 세대교체를 이루며 '유망주 사관학교'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플레이오프에 나선 넥센은 LG에 3승 1패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에 이름을 올렸다. 5년 전 쏟아졌던 온갖 비난을 감내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온 이 대표의 고집이 드디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영상] 홈 개막전 팬들에게 인사하는 이장석

● 구단운영에도 새로운 답 제시

아직은 적자 상태지만 구단 운영에 대한 새로운 해답도 얻어가고 있다. 지난해 넥센은 현재 약 80개의 기업과 광고 후원 계약을 맺고 122억원의 광고권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G트윈스(112억원)의 수익을 넘어 서는 수치로, 광고권 수익과 입장권 수익을 합하면 구단 총 수익의 70% 이상을 웃돈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넥센은 이제 구단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해 온 기존 구단들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선수에게 박한 구단이라는 이미지도 '성적으로 말한' 2013 시즌 이후 강정호 손승락 박병호 등 주축 선수들에게 파격적인 연봉 인상을 제시하며 완전히 벗어버렸다.

야구팬들은 이제 ‘사기꾼’이라 불리던 이 대표를 오클랜드 단장 빌리 빈에 빗대 ‘빌리 장석’으로 부른다. 비전문가 출신 대표들이 어깨에 힘 주고 있던 사이 팀의 생존을 위해 홀로 머리를 싸매고, 홈 구장을 찾은 팬들의 앞에선 머리를 숙여 온 노력들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사기꾼’이라 불리던 2009년 선언한 ‘2014년 한국시리즈 우승’ 목표는 현실이 될까. ‘빌리 장석’의 2014년 마지막 도전은 4일 대구 구장에서 시작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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