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심정지 4시간 전 검사서 심장 박동 등 이상징후 불구 무시
"위 축소 수술 부위와 인접한 심낭서도 0.3㎝ 크기 천공
가수 고 신해철(46)의 심장이 정지하기 4시간 전 심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지만 의료진은 진통제 등만 투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에서는 심낭(심장을 둘러싼 막)에서도 천공(구멍)이 발견됐다. 심낭에 구멍이 생겨 염증을 유발하는 오염물질이 들어갔고 심장에 대한 치료가 늦어져 신해철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3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서울 송파구 S병원의 진료기록부를 보면 지난달 17일 신해철의 수술 직전 심전도 검사결과 심장 박동수는 분당 72회(성인 정상범위 60~100), 심장 전압은 1.59mV로 정상치였다. 그러나 심 정지가 오기 4시간 전인 지난달 22일 오전 8시28분 심장 박동수는 분당 145회로 두 배 이상 급증했고, 심장 전압은 0.19mV로 크게 떨어졌다. 검사 결과지에는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는 빈맥과 심근경색이라고 적혀 있다. 검사 모니터 상에도 ‘Abnormal(비정상)’이라고 표시됐다. 그러나 S병원 의료진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신해철에게 진통제만 투여했다.
진료기록부를 검토한 의사들은 심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을 때 제대로 조치했으면 사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수술 후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한 환자의 심전도 검사결과가 이 정도였으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거나 심장, 내과 등 다른 과 전문의들과 함께 진료를 할 수 있는 대형병원으로 옮겨야 했다”고 말했다.
심 정지 후 서울아산병원 이송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해철의 수술을 집도한 S병원 K원장은 22일 이송 도중 ▦심장 박동수를 올리기 위한 아트로핀 투여 ▦심폐소생술 시 약물 투여를 위한 중심정맥 확보 ▦심장에 전기충격 3회(200, 300, 360J) 실시 등의 조치를 했다. 그러나 이는 4년 전 사용하던 방법으로 현재는 아트로핀 투여나 중심정맥 확보를 하지 않는다. 또 전기충격은 1~2분 간격, 360J(줄ㆍ에너지 단위) 세기로 3회 하도록 권장한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새 지침대로 심폐소생술만 제대로 했어도 신해철이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에 대한 S병원 측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병원 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날 신해철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국과수는 사망을 유발한 천공은 복강 내 유착을 완화하기 위한 수술 당시나 이와 관련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이미 알려진 장 천공 외에 신해철의 심낭에서 0.3㎝ 크기의 천공이 발견됐으며 화농성 삼출액이 동반된 심낭염으로 생각된다는 소견도 공개했다.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심낭에 생긴 천공에 대해 “(위 축소) 수술 부위와 인접해 발생했고 심낭 내에 깨와 같은 음식 이물질이 발견됐다”며 “의인성(의료행위에 의해 발생한) 손상의 가능성이 우선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법의학적 사인은 복막염 및 심낭염, 그리고 이에 합병된 패혈증으로 우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막에 생긴 염증물질이 음식물 등 이물질과 함께 심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심낭염을 일으켰고, 패혈증까지 동반돼 숨졌다는 것이다.
국과수는 다만 이번 결과가 1차 부검소견이므로 추후 병리학적 검사와 CT 소견을 종합해야 최종적으로 S병원의 처치가 적절했는지 판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신해철의 아내는 신해철이 생전 장 협착 수술을 받은 S병원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부검결과와 사전에 입수한 의무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뒤 병원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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