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적만 보면 역대 최고치 원화 환산 땐 작년보다 2.6%↓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517억5,500만 달러로 월간 수출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무역수지 흑자도 74억9,9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다. 세계경기 침체와 환율 하락의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원화 강세를 감안해 다시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출액은 4,771억2,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37억4,600만달러보다 133억8,200만 달러(2.89%)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환율로 월별 달러 수출액을 원화로 환산해 합치면 지난해 511조원이었던 수출액은 올해 497조8,000억원으로 2.6% 줄어들었다. 더 많은 상품을 팔고서도 수출기업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13조2,200억원이나 증발한 것이다. 장부상 수출실적과 체감경기가 따로 노는 현상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기준환율이 100원 넘게 떨어졌던 올 6, 7월에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달 ‘반짝 수출실적’ 역시 위태롭다. 선박(35.1%) 컴퓨터(15.3%) 반도체(12.2%) 등이 호조를 보였지만 그간 수출실적을 견인한 자동차(-13.9%) 무선통신기기(-16.3%) 가전(-22.9%) 등은 급격한 하락세다. ‘엔저 공세’를 펼치는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는 것도 심상치 않다.
국가별 수출실적을 보면 지난달 실적은 수출 증가율이 25%에 달한 미국이 영향이 컸다. 통상 10월은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연말 수요 증가로 대미 수출이 급격히 늘어난다. 미국의 백화점과 유통업체 등은 연말 대목을 위해 수입을 늘리고 대규모 세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가 지나고도 높은 증가율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의 역대 최대 무역수지 흑자는 국제유가 하락 덕이 컸다. 지난해 10월에는 원유 수입에 88억달러가 들었지만 지난달에는 72억달러로 줄어들어 흑자 폭을 키웠다.
정부는 이달 말쯤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하는 등 올해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더 팔고도 덜 버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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