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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청년 "스마트폰 대신 유교 경전 달고 살아요"

입력
2014.11.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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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과정 독학·17세 미대 입학...한문학 전과 뒤 방학마다 서당서 숙식

만 22세로 박사과정 해당 과정 합격..."글쓴이 진솔함 담긴 초서에 매료"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전문과정의 최연소 합격자인 조성환씨가 3일 서울 은평구 연구실에서 초서로 쓰여진 편지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전문과정의 최연소 합격자인 조성환씨가 3일 서울 은평구 연구실에서 초서로 쓰여진 편지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한문학자를 양성하는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전문과정(박사과정급)에 검정고시 출신의 최연소 합격자가 나왔다.

올해 만 22세의 조성환씨. 고전번역교육원은 1974년부터 40년째 전문시험을 거쳐 ‘전문과정 1’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는데, 최근 합격자 평균 연령이 20대 후반~3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조씨는 5~10년 이상 빠르다. 연수과정, 전문과정(1, 2) 등 3개 과정으로 구성되는 번역교육원에서 연수과정은 대학의 석사, 전문과정은 박사과정 수준이다.

특히 조씨는 중ㆍ고교를 거치지 않고 독학으로 대학에, 그것도 미술대학에 입학한 뒤 나중에 한문학으로 전과한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2005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국어교사인 어머니의 권유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채 독학으로 중ㆍ고등 과정 검정고시를 잇따라 통과한 뒤 안동대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중학교에 다니지 않으니 시간이 많아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는데, 그 중 그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술을 학문으로 접하다 보니 흥미가 떨어졌고, 3학년이던 2010년 한문학과로 전과했다. 한문을 택한 데는 유교적인 가풍과 부모의 영향이 컸다. 방학 때면 전통 서당인 대전 온지당에서 숙식하며 한학자 아당(峨堂) 이성우 선생에게서 사서삼경 등 유교 경전을 배웠다. 물론, 핸드폰과 TV도 절제한 채 유교 경전을 읽는 일이 시대에 뒤쳐지는 건 아닌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함께 공부하다 포기하는 친구들을 보며 조바심도 났다. 그러나 한학에 대한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이후 2013년 성균관대 한문고전번역 협동과정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올해 고전번역교육원 최연소 합격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조씨는 좁은 공간에서 매일 고전을 읽고 해석하기를 반복하는 번역교육원 생활은 지루할 수 있지만 한학에 뜻을 뒀다면 망설임 없이 교육원 문을 두드릴 것을 권했다.

그는 많은 고전 중에서 맹자의 ‘물망물조(勿忘勿助)’를 마음에 새긴다고 했다. 중국 전국시대 송(宋)나라 때 농부가 벼가 빨리 자라지 않자 조바심에 싹을 조금씩 뽑아 키를 크게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모조리 말려 죽였다는 고사에서 나왔다. 어떤 공부든 유익함이 없다 해서 아예 돌보지 않거나 억지로 조장하는 양단(兩端)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씨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흘려 쓰는 초서(抄書)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초서를 정자체로 해독한 뒤 뜻을 해석하는 ‘초서 탈초’를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틈틈이 붓글씨를 연마한다.

조씨는 “초서는 글씨 자체의 예술성도 뛰어나지만, 편지 등에 격의 없이 쓰이기 때문에 평소와는 다른 글쓴이의 진솔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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