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와 경쟁 우려 美대표가 거부
中 세일즈 무대 활용 계획에 찬물
미국의 압력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선언문 초안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자유무역협정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베이징 APEC 정상회의 종료 후 발표되는 공동선언문 초안에 당초 들어 있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의 타당성(예비) 조사를 촉구하는 항목과 FTAAP 타결 목표 시한이 빠졌다. 관계자들은 선언문 작성 협의를 하던 지난 8월 미국측 대표가 “미국은 FTAAP 협상을 시작하자는 신호가 선언문에 들어가는 것에 절대로 합의할 수 없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처음엔 미국 측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지난달 중순 회원국에 돌린 초안에서 논란이 되는 문구들을 삭제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앞서 교도통신 등 일부 언론은 중국이 작성한 APEC 정상회의 선언문 초안에 “2025년까지 FTAAP의 최종 실현이라는 약속을 지킬 것을 단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초안은 이러한 구상을 ‘베이징 로드맵’이라 명명하고 “FTAAP 실현을 위한 베이징 로드맵을 지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FTAAP 창설에 대한 예비 타당성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2016년까지 보고한다”고 돼 있다고 보도했다.
2000년대 중반 APEC 내에서 시작된 FTAAP 논의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2025년 출범을 목표로 한국 등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중국을 뺀 나머지 아태 국가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주력하고 있다. TPP가 출범하면 중국은 역내 무역에서 소외되며 연 1,000억달러(107조5,000억원)의 수출이 증발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FTAAP 세일즈 무대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이같은 실력 행사는 FTAAP 협상이 TTP와 병렬로 진행될 경우 교착 상태에 빠진 TPP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다툼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이 설립하려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한국과 호주 등의 참여를 제지하고 있다. AIIB는 아시아 인프라 개발 지원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미국,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려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이 아태 지역 영향력과 수십억 달러의 무역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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