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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가해자란 인식 희박" 무라카미 하루키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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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가해자란 인식 희박" 무라카미 하루키 일침

입력
2014.11.0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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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중국인도 한국인도 화낼 것 日, 전쟁·원전사고 모두 책임 회피"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5)가 지난 아시아태평양전쟁에 대해 “일본인은 자신들이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희박하고 그런 경향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키는 최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과 인터뷰에서 내년 전후 70년과 관련해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로 공통적으로 자기 책임 회피가 있다고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 신문이 3일 전했다. 하루키는 언론 인터뷰를 잘 하지 않으며, 인터뷰에서 이처럼 사회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하루키는 “1945년 종전과 관련해서도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와 관련해서도 누구도 제대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며 전쟁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고 방식을 예로 들었다. 그는 종전 후 “나빴던 것은 군벌이고, 일왕도 이용당했고, 국민도 모두 속아서 엄청난 일을 당했다”고 한다며 모두가 “희생자, 피해자”가 되어 버려 “결국 누구도 나쁘지 않았던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하루키는 “이래서는 중국인도, 한국인도 화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루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서도 “누가 가해자인지 진지하게 추궁하지 않았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여 있는 점도 있지만 이대로 가면 ‘지진과 쓰나미가 최대의 가해자이고 나머지 모두는 피해자였다’ 식으로 끝나버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례 역시 “전쟁의 경우와 똑같다”며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이 국가와 지역에 따라 읽는 느낌이 다를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서구 사람들은 이 소설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든지 리얼리즘이라든지, 논리적으로 해석해서 읽는 경향이 전통적으로 강하다”며 자신의 경우는 “‘일본적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읽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일본 이외의 아시아에서는 스토리의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스토리라인의 역동성에 독자가 자연스런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른다”고 풀이했다. 또 “일종의 소설적 세련, 등장인물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사고방식에 대한 흥미도 있는 것 같다”며 “‘무슨 주의’ 같은 것은 별로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내 작품에서 주인공이 우물 바닥에 앉아 돌벽을 통과해가는 장면을 서구인은 ‘포스트모더니즘이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다’ 같이 해석하지만 아시아 사람들은 ‘그럴 수 있을 지도’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버린다”며 “거칠게 말하면 아시아에서는 뭐가 현실이고 뭐가 비현실인가는 종이 한 장 차이일 따름이며 그건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하루키는 자신의 작품이 이런 독법의 차이를 넘어 전세계에서 읽히는 이유에 대해 “소설이라는 것은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으면 우선 아무도 읽지 않는다”며 “그것이 기본이어서 (작가는)‘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하고 저도 모르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운전사 같은 감각이 필요하고 독자를 멈추게 하면 거기서 끝”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상은 “‘단순한 문장을 사용해 복잡하고 깊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과 관련해서는 “소설에서 내가 쓰려는 것은 이른바 중심축이 사라진 세계”라며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때부터 내 소설이 유럽에서 읽히기 시작했고, 미국에서 9ㆍ11 사건 이후 읽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축의 상실이 (그런 현상의)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루키는 이어 “우리 세대는 1960대 후반에 세계는 좋아지게 돼 있다는 일종의 이상주의를 품고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세계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단 혼자가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마음을 통하는 것이 진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상주의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지만 거기에 도달하려면 정말 한계 지점까지 혼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루키는 “가장 큰 문제는 점점 상황이 나빠져갈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인 감각이 이미 모두의 합의처럼 돼버렸다는 점”이라며 “그런 젊은 세대를 향해서도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60년대에 가지고 있던 이상주의를 새로운 형태로 변형시켜 전해주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라며 “중심축이 없는 세계에 ‘가상의 축’을 제공해가는 것이 픽션의 역할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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