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이저급 성공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
저예산 극복 끝장토론…‘등급제’ 도입도 추진
지난달 24, 25일 열린 제10회 부산불꽃축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무려 130여만명의 관람객이 집결했지만 주최 측의 안전대책 강화로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매년 골치였던 쓰레기 문제도 시민에게 미리 나눠준 수거봉투 7만장으로 1시간가량 빨리 정리됐다. 불꽃축제를 끝으로 올해 부산의 모든 메이저급 축제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지난달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의 새 수장으로 뽑혀 내년을 준비하는 임상택(56ㆍ사진) 집행위원장을 만나 부산축제의 미래를 들어봤다.
-취임하고 바로 불꽃축제를 진행했는데, 소감은
“크게 느낀 점이 있다. 올해는 전야제를 부산시민공원에서 진행했다. 그곳에서 처음 행사를 치르다 보니 시민들이 적잖게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도로가 좁고 교통사정도 나빠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행사 당일 주차장이 남아돌았다. 시민 대부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이다. 행사가 끝난 지 40분 뒤 잔디밭 광장을 찍은 사진을 휴대폰으로 받아 봤는데 깜짝 놀랐다.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다. 본 행사인 광안리해수욕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우리가 미리 나눠준 7만장의 쓰레기 수거봉투 역할이 컸지만 그것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뤄진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또 올해 세월호 사고 등 큰 국가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민의 안전의식이 크게 높아진 것 같다.”
-내년이면 불꽃축제가 11회째다. 변화가 있다면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불꽃축제에 매년 10억원 가량의 시비가 들어간다. 예산 낭비라고 반대하는 시민들도 있다. 그래서 조금씩 자립으로 나아가려 한다. 궁극적으로 돈 안들이고 축제를 여는 것이 목표다. 그 방안이 ‘축제의 관광 상품화’다. 요컨대 중국,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를 하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야외 만찬용 저녁 식사를 판매하는 등의 수익사업을 통해 세금 의존에서 벗어날 생각이다. 시민들로부터 낭비성, 일회성으로 보여지는 축제가 아닌 알차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축제가 되게 만들겠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부산의 상당수 축제들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인정한다. 가장 큰 문제가 저예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정된 시비로 재미난 축제를 만드는 것이 솔직히 어렵다. 그래서 지역 기업체에 광고나 스폰서 형태로 손을 벌리려 하지만 시 측에서는 부담을 주지 말라고 한다. 이런 속사정이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제조직위 집행위원과 전문가 15명이 참여하는 1박 2일 끝장 토론을 이달 중순 가지려 한다. 현재 부산에서 진행 중인 메이저급 5개 축제(부산항축제, 바다축제, 록페스티벌, 불꽃축제, 해맞이축제)와 구ㆍ군 축제 등 40개 정도의 소규모 축제를 모두 펼쳐놓고 전향적인 발전방향을 모색해볼 생각이다.”
-큰 축제가 동부산권에 몰려있는데
“동부산권 축제는 이미 자리를 잡아 걱정이 없다. 이제 원도심과 서부산권 축제가 문제인데 발전 방안이 어느 정도 나와있다. 원도심의 자갈치축제, 40계단축제, 조선통신사축제 등을 5월에 연속 진행될 수 있도록 묶을 예정이다. ‘골든 위크’라는 이름으로 중국,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쇼핑과 연계한 축제를 만들 예정이다. 야간에는 부산 앞바다에서 배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준비, 강렬한 볼거리를 제공할 생각이다. 민선 6기 지방정부도 서부산권 발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낙동강이라고 하면 잔잔한 이미지와 노을 등 향토적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명칭부터 ‘낙동리버사이드’나 모던한 이름을 통해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기도록 만들 예정이다. 아직 큰 틀만 잡혔고 속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 중이다.”
-최근 ‘축제 등급제’ 얘기가 나오는데
“축제 중에는 우수한 축제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그래서 축제에 별 하나부터 다섯 개까지 표시하는 등급제를 도입해 이를 기준으로 시 지원금을 차별 지급하는 등 경쟁력을 갖도록 할 예정이다. 등급제가 도입되면 시민들이 축제를 선택할 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전혜원기자 iamjhw@hk.co.kr
▦임상택 위원장은 누구
연세대 지질학과를 졸업한 임 위원장은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1995년부터 동아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관광교육위원, 아시아태평양관광학회(APTA) 학회장,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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